기술적 반등에 대한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나스닥 2,000선 붕괴라는 해외발 충격파에 방어선을 뚫리며 국내 증시는 오히려 황망히 뒷걸음쳤다. 지지선으로 역할 하리라던 주요 지수대가 잇달아 무너지고 있는 상황속에서 투자자들은 바닥권 가늠 조차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단기 반등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은 이제 '섣부른 낙관론'으로 치부된 채 추가 하락 리스크에 대한 경고만 잇따르고 있다. 김지영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저점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매수는 리스크만 키울 뿐"이라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전저점인 490~510에서 바닥을 다져가는 모습을 지켜본 후 매수에 나서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도형 KGI증권 연구원은 "하락 추세가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 나스닥 급락 영향으로 낙폭이 심화됐다"며 "거래소, 코스닥 하락 종목이 1,300개에 육박하는 등 바닥이 보이지 않는 장세"라고 진단했다. ◆ 금융주, 하이닉스에 감염되다 = 하이닉스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이어 메릴린치가 24일 올해 하이닉스 손실폭이 2조9,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 위기감을 한층 부추겼다. 반도체 경기 침체로 삼성전자 마저 적자 전환설이 나오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2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하이닉스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겠냐는 비관론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부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성급한 우려마저 들리는 가운데 하이닉스는 2/4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19일 이후 나흘째 하락, 1,100원대로 추락했다. 7월 들어 주가가 오른 날이 사흘에 불과할 만큼 투자 심리가 나쁘다. 주가가 액면가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투기적 매매에 불이 붙었고 거래량은 거래소 전체 거래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하이닉스 불똥은 다른 종목으로 확산됐다. 현대차가 GDR을 인수한다는 소문에 휩싸여, 부인에도 불구하고 급락했다. 은행주는 하이닉스의 생존 여부까지 거론되면서 불안한 눈길을 받았다. 은행주는 이와 함께 경기악화 우려에 밀려 이레째 약세에 머물고 있다. 박준범 LG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반도체 경기 침체와 이로 인한 적자 규모 확대로 재무적 위험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최근 급락세의 주요 원인"이라며 "그러나 출자전환과 GDR 발행 등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재무적 위험이 심화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하이닉스 문제에 있어 중요한 것은 반도체 경기"라며 "내년 이후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이닉스는 지난 19일 분기 매출 1조1,600억원에 영업손실 2,66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었다. 매출은 지난 1/4분기보다 34% 줄어들었다. ◆ 굴뚝주, 무너지나 = 포항제철,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신세계 등 그 동안 기술주 대안으로 각광 받았던 전통주가 본격 조정 국면에 돌입했다. 특히 이들 전통주에 대한 조정이 외국인 비중 축소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이들 종목의 낙폭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어 선도주 상실과 이로 인한 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포항제철은 최근 아흐레째 약세를 이어가며 9만원선 아래로 밀려났고 기아차의 경우 지난 6일 이후 12 거래일 동안 단 하루를 제외하고 내리 하락하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신세계는 10만원선에서 강하게 저항 받으며 꾸준히 랠리를 벌였지만 결국 나흘째 하락, 8만원대로 추락했다. 사정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다른 전통주도 비슷하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시장의 우려를 확인이나 하듯 중가권 옐로우칩에 대한 매도세로 확산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최근 지속적인 상승으로 역사적 주가수준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주 급락으로 가치주 논리가 그 만큼 희석된 탓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경기회복 시기가 차츰 늦춰지면서 굴뚝 산업도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