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3일 로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알현한 것을 계기로 역대 미 대통령과 교황들이 어떠한 관계를가졌는지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28대 우드로 윌슨 대통령(1913 21년)이후 역대 미 대통령들은 대체로 교황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문을 구하거나 지지를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교황청을 찾은 부시 대통령 역시 예외는 아니며 특히 그가 인간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 여부에 대한 결정을 놓고 고심중인 가운데 교황을 만나게 돼 특별한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 1월 취임 직후 부터 미국내 가톨릭신도들의 표를 끌어안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아직까지 인간배아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자금지원이 가져 올 윤리적.도덕적 파급효과와 정치적 파장을 저울질하고 있는 상태다. 부시 대통령은 줄기세포 연구에 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할 경우, 공화당내 보수우익세력 및 교황청과 등을 지게 돼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것임을 잘 알고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이번 요한 바오로 2세와 만나서도 이 문제에 대한 교황의견해를 경청,자신의 결정에 참고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공개 진행된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어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인지는 추측이 불가능하다. 교황은 부시 대통령과 만난 후 성명을 통해 미국이 의료 목적의 인간 배아 연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부국과 빈국간 격차를 좁히는 가교 역할을 해줄 것을 호소했고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번영은 동정심과 도덕적 목적과 조화를이뤄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데 대해 감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부시 대통령 처럼 교황 알현과 그의 자문 또는 지지를 구한 것은 아니다. 윌슨 대통령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953~61년)대통령도 교황을 방문하기는 했으나 당시에는 전반적으로 미국내 반(反)가톨릭 감정이 강해 교황청과의 제휴를 꺼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제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1961~63년)이 가톨릭교도로서는 미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되면서 이 금기가 깨지고,이후 린든 존슨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전 대통령 등이 교황을 알현해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지지를 구했다.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전쟁과 관련,교황 바오로 6세가 미국의 정책을 비난할 것을 우려해 미리 전쟁과 평화추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메모를 전달한 후 1967년 12월 교황을 알현했으며 그후 리처드 닉슨과 제럴드 포드 대통령도 바오로 6세를만난 바 있다. 또 1978년 요한 바오로 2세가 바오로 6세의 뒤를 이어 교황에 오른 후 독실한 침례교도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교황을 백악관으로 초청,극진한대우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 레이건 전 대통령은 교황청과의 외교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지난 1982년 6월 요한 바오로 2세를 만나 동유럽의 공산주의와 미 소련간 긴장 완화 등 냉전체제하에서의 전략을 논의했으나 교황이 말하는 동안 노곤함을 못이켜 꾸벅꾸벅졸았던 일화를 남긴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