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버블 경제 이후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증시에 다시 구멍이 뚫리자 일본 정부와 경제계가 동요하고 있다. 주가를 떠받쳐 줄 호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경제각료들 사이에서도 처방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재계는 재계대로 위기감이 증폭되면서 사분오열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닛케이평균주가가 1만1천6백엔대로 16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23일 시오카와 마사주로 재무상은 증권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시장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표면적으로는 행정지도가 아니라 친구자격으로 부탁한 것이라는 이유를 둘러댔지만 곤두박질치는 주가를 보다 못해 궁여지책으로 수화기를 든 것이 분명했다. 79세의 시오카와 재무상은 성역없는 구조개혁을 녹음테이프처럼 외쳐대는 고이즈미 내각에서도 "현실을 무시한 채 이상만 좇아서는 안된다"며 "개혁에만 치우쳐 경기를 죽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었다. 당연히 그는 재정적자 축소와 불량채권 처리를 위해서는 마이너스 성장도 무방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상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경제팀의 또 다른 핵심인물인 야나기사와 금융상은 증시회복을 위해서는 개인자금을 주식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한 환경정비(세제 우대)가 시급하다는 원론적 주장만 다시 펼쳤다. 고이즈미 총리는 경제 각료들과 머리를 맞댔지만 "주가동향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 구멍을 메울 단일 처방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재계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입장 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기업들의 단체인 게이단렌과 경제동우회가 구조개혁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주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데 반해 중소기업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쿄 상공회의소의 야마구치 노부오 회장은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며 "경기부양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체적 파워에서 약자인 여성경영자들도 상공회의소 편을 들고 있다. 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여성 경영자들의 7할은 고이즈미 내각의 개혁을 지지한다면서도 "고통을 감내할 각오가 있다"는 응답은 2할에 불과했다. 경제 재생을 위해서는 대수술이 불가피하지만 당장의 아픔을 견뎌내기에는 하루 하루가 너무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