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주 5일근무제를 연내 도입키로 함에 따라 그간 각자의 입장을 달리해온 노·사·정간에 뜨거운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주 44시간으로 돼있는 법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제도는 지난해 10월 노사정위원회에서 총론 합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어느정도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노사간 의견차이가 너무 커 자칫 갈등만 깊게 할 이 민감한 문제를 하필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 시점에서 서둘러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스럽다. 특히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주무부서도 아닌 문화관광부가 주도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문광부가 지난 23일 청와대 국내관광진흥 확대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한 입법추진 배경은 '국민의 국내여행 참여 확대를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는 우선 주 5일근무제 도입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시각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근로시간 단축문제는 경제 사회 전반에서의 큰 변화를 의미하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범정부 차원에서 국가적 과제로 선정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 결코 관광진흥 차원에서 부수적으로 논의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아무리 내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관광분위기 띄우기'가 중요하다 해도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을 이용하겠다니 그 단순한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지금이 국민들에게 '일하는 시간을 줄여 놀러다니라'고 부추길만큼 그렇게 한가한 때인가. 주 5일근무제 도입은 노·사·정간에 총론합의가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노동계나 경영계나 전제조건이 많아 합의가 쉽지 않은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노동계는 근로시간은 줄이되 연월차·생리휴가,시간외 근무수당 등에서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유급 월차휴가 및 유급 생리휴가 폐지 등 7가지 선결조건을 고수하고 있어 사실상 원점에서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이견이 첨예한 이슈를 다룰 때는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지금처럼 경제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산업경쟁력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제도를 서둘러 도입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현명치 못하다. 굳이 주 5일근무제를 도입하겠다면 그에 앞서 주 6일근무제를 전제로 한 현행 월차휴가 등의 제도를 전면 손질하는 게 마땅하다. 뿐만 아니라 주휴 2일제에 대비한 학교수업 5일제 등,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사회적 환경의 정비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