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거듭할수록 제품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연구 개발 열기가 느껴진다" 올해로 세번째를 맞은 한국밀레니엄상품전에서 심사를 맡았던 각계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첫 해만 해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대기업들이 수상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했다. 최근 들어서는 중소기업의 제품 선정도 늘어나는 추세다. 참여업체의 수에서도 나타나듯이 1999년에는 23개 업체만 참여했으나 올해는 5백20개 업체가 참여했고 이 가운데 중소기업이 95% 이상을 차지했다. 출품수는 1천1백9개로 지난해에 비해 약간 줄었다. 이같은 평균 출품 수의 감소는 과거엔 한 업체에서 물량공세를 통해 선정 제품수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편 반면 이번엔 여러 기업에서 주력 제품 한 두 점만을 출품해 공정한 경쟁을 펼친 결과다. 혁신적 디자인 분야에선 최근 국제사회에서 높아져 가는 한국 디자인의 위상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정경원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은 "얼마전 무역협회에서 한국 제품을 수입하는 유럽연합(EU)의 바이어들에 대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69%가 우리 디자인 수준이 선진국에 뒤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답한 것이나, 능률협회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디자인 수준이 1백점 만점에 68.9점으로 작년에 비해 5점이나 향상된 것은 한국 디자인의 우수성을 입증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분야에선 특히 정보통신 시장의 팽창에 힘입어 컴퓨터 이동통신기기 등 통신기기의 출품이 눈에 띄게 늘었다. 더불어 농기계 환경용품 의료기기 등의 분야에서도 수상 제품이 나와 소비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디자인 붐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첨단기술분야에서도 통신관련 제품의 부상이 눈길을 끌었다. 32개 선정 제품 가운데 8개가 정보통신 관련 제품으로 전체의 25%나 차지했다. 중소기업도 분전했지만 전자제품 분야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누르기엔 역부족이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TV, MP3플레이어 등에서 8점이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문화상품분야에선 김치를 비롯 전통놀이기구 등 다양한 제품이 출품됐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한껏 알릴 수 있는 제품들이 선정됐다. 특히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관광품이 될 수 있는 품목에 높은 점수를 줬다. 전통탈 문양의 초콜릿, 실크 조각보 가방, 도자기 장신구, 화각 보석함 등이 그 예다. 심사는 1,2차로 진행됐다. 1차는 예비 심사로 첨단기술분야와 문화상품분야의 2개 분야에서 10명의 심사위원이 5백20개 업체의 1천1백9점에 대한 서류 심사를 벌여 6백94점을 선정했다. 2차에선 실제 제품을 보고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 KMP 마크를 부여할 수 있는 제품 99점을 최종 선정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