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투명경영 앞당기는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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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의 분식회계 및 불법대출사건 피고인들에게 중형은 물론 26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함께 선고한 것은 그동안 관행으로 굳어져 온 분식회계 등 불법적 기업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담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대우그룹의 부도사태로 국가경제와 국민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가를 상기해 본다면 경영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소유주가 아닌 고용된 전문경영인들에게 중형과 함께 엄청난 규모의 추징금을 부과한 것은 다소 가혹한 판결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룹 총수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현실에서 전문경영인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운신의 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고,그같은 관점에서 당사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에 대해 그룹 총수의 전횡을 방지하고 소액주주 및 일반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전문경영인들이 총수의 무책임한 차입경영에 편승함으로써 자신들의 책무를 저버린 책임이 더 크다고 밝혔다.
중형선고의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으로 가장 주목해 볼 대목이다.
전문경영인의 책임한계를 종래보다 훨씬 광범하게 규정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이같은 판결은 앞으로 기업경영 풍토의 변화에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
분식회계 관행을 없애고 투명경영을 앞당기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자칫 전문경영인들이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경영보다 책임회피를 위한 방어적 소극적 경영에 그칠 우려도 없지 않다.
따라서 전문경영인들이 소신껏 기업경영에 임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또 분식회계가 사기에 해당하느냐의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이지만 현행 기업회계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등 그 미비점이 많다.
기업회계제도의 개선책도 서둘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분식회계 및 대출비리사건에 대한 재판은 대우그룹 임직원들에 대한 재판이라기 보다 과거의 잘못된 부실경영 관행에 대해 중형을 선고한 것으로 본다.
사실상 추징이 불가능한 26조원의 추징금을 부과한 것도 그런 맥락이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재판결과를 가볍게 흘려버려선 안될 것이다.
기업경영과 관련된 불법행위가 원천적으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관련 제도와 기업환경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