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청송마을 현대아파트. 김포의 대표적인 아파트 단지인 사우지구에서 48번 국도를 따라 6 km 정도 떨어진 외곽에 자리잡고 있다. 내달 17일부터 1천7백44가구의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단지 입구부터 베란다 새시와 커텐 등을 설치해 주는 인테리어 업체들의 광고 플래카드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청송 현대아파트는 고(故) 정주영 회장이 직접 방문한 마지막 아파트 건설현장이었죠. 현대가 개성공단을 추진하면 배후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았었죠. 그 덕분에 99년 분양 당시 분양률 99%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어요"(현대공인중개사무소 황동석 사장) 그러나 현대건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개성공단 등 장기 호재들에 대한 관심도 시큰둥해진데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지난 3월부터 매매가와 전세가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30평형대의 경우 프리미엄은 커녕 분양가(평당 4백만원)에서 20만원 이상 떨어진 3백78만원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던 것이 최근 서울 강남과 신도시의 아파트 시장이 달아오른 데 영향받아 이 일대도 들썩거리고 있다. 청송 현대의 경우 1주일 전부터 30평형대가 회복세를 주도, 거래 시세가 분양가를 회복했다. 현대공인 황동석 사장은 "30평형대 아파트 가격을 알아보고 3∼4일 뒤 계약하러 왔다가 6백만원 이상 뛴 바람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가파른 가격 오름세를 전했다. 아직 40평 이상 대형 아파트는 그대로다. 51평형을 분양받은 주부 김모(43.서울 목동)씨는 "99년 분양받을 당시엔 '대형이 프리미엄도 크다'는 것이 상식이었는데 3년새 중.소형과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면서 "50평형대는 여전히 평당 분양가를 밑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포 사우지구 학사공인중개사무소 박호기 사장은 "김포 지역은 외환위기 전에 분양 물량이 대거 몰린 탓에 그 이후 3년동안 매물만 쏟아지고 매수세가 실종됐었는데 요즈음은 대형도 전세 매물은 하루아침에 소화된다"고 전했다. 분당신도시 인근 용인 수지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초만 해도 미분양 사태를 빚어 건설업체들이 마이너스 세일까지 단행했던 금호베스트빌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분양가를 회복했다. 현대 롯데 삼성 두산 등 최근 분양에 들어간 아파트는 미분양을 찾기 힘들다. 최근 분양한 신엘지빌리지 아파트는 소형의 경우 경쟁률이 5대 1을 넘기면서 기존 아파트 값도 들썩이고 있다. 현지 부동산 중개인들은 "강남 아파트 시장의 매물이 거의 소진되면서 일부 투자자금이 수도권 지역으로 옮겨오고 있으며 유명브랜드 대단지에 대한 매수 문의가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수도권 변두리는 한동안 서울이나 신도시의 소형을 팔고 평수를 키워 오는 가구들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엔 중·소형 중심으로 시장 선호도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산본 의왕 지역도 중.소 평형을 중심으로 지난 5월 중순부터 가격이 부쩍 오르고 있다. 올해초까지만 해도 미분양 아파트들이 많았으나 현재는 대부분 프리미엄이 1천만원 이상 붙어 거래된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의 임대사업 촉진에 힘입어 서울의 돈 있는 사람들이 아파트를 한꺼번에 3~4채씩 사서 임대사업을 벌이면서 소형은 매물이 바닥난 지 오래"라고 전했다. 수도권의 동쪽인 구리나 남양주도 마찬가지다. 구리 교문동 남한강부동산의 김강표 사장은 "중.소형을 중심으로 매매가가 연초 대비 20% 이상 높게 형성되고 있다"면서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은 금융권에 돈을 넣어뒀던 사람들이 저금리 영향으로 부동산임대 쪽으로 투자 방향을 많이 돌리는 탓도 크다"고 분석했다. 오춘호.장경영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