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발표한 '30대그룹 2001년 주식소유 현황'을 보면 30대 그룹의 출자총액은 전년보다 4조9천억원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53.5%에 달했던 출자증가율이 올해는 10.7%로 둔화된데다 SK그룹을 제외하고는 출자총액이 크게 늘어난 곳이 없다는 점이 주목된다. 무분별하게 다른 회사에 출자하던 관행은 만히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지분율이 43.4%에서 45.0%로 높아지고 계열사가 80개나 늘었다는 점에서 공정위는 "과거의 문어발식 확장경영이 재연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 SK 늘고 현대 LG 줄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SK의 출자총액이 크게 늘어난 것. SK는 신세기통신(출자액 1조7천억원)을 인수하고 SK-IMT(9천억원)를 설립하면서 전년에 비해 출자총액이 3조8천억원 증가했다. 이밖에 두산(2천2백억원) 한솔(3천3백억원) 제일제당(4천7백억원) 등 15개 그룹의 출자총액이 늘었다. 삼성의 출자총액은 54억원 늘었지만 순자산도 3조3천억원 증가, 출자비율은 24.4%에서 21.5%로 오히려 떨어졌다. 반면 LG 현대 등 9개 그룹의 출자총액은 줄었다. 현대는 자동차의 계열분리로 순자산과 출자총액이 각각 20조3천억과 4조4천억원 감소했다. 올해 신규 편입된 현대자동차 포항제철 등 6개 그룹의 출자총액은 총 8조2천억원 수준이다. 규모별로 보면 5대 그룹의 출자총액이 33조원으로 나머지 그룹(17조8천억원)의 2배다. ◇ 한도초과분, 증시에 큰 부담될 듯 =30대 그룹은 내년 3월말까지 출자총액 한도를 넘어선 23조8천억원중 예외인정분 등을 제외한 11조원 규모를 해소해야 한다. 해소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부과받고 주식매각 명령도 받는다. 문제는 11조원중 증시에 내다 팔아야 할 최대 4조원대의 물량이 가뜩이나 침체국면에 있는 증시에 큰 부담이 된다는 점. 공정위는 해당 기업의 순자산이 늘면 최대 2조원까지 증시 매각물량이 줄어든다며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거래소와 코스닥을 합쳐 시가총액이 2백60조원에 불과한데 4조원의 매각 물량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하는 대기업들은 한도 초과분을 가격에 상관없이 내년 3월까지는 무조건 팔아야 한다는 점에서 '헐값 매각' 시비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