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바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온갖 악재가 다 반영돼 떨어질 만큼 떨어졌기 때문에 주가가 더 이상 내려가기 힘들다는 논리다. 이달 들어 끊임 없이 추락하던 종합주가지수에 최근 브레이크가 걸려 주춤하거나 반등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바닥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 전문가들은 그러나 증시가 어느 정도 악재에 대한 내성을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추세 전환에 대한 판단은 이르다고 충고한다. 추가 급락 가능성은 낮지만 추세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 회복 전망이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는 탓이다. ◇바닥론의 징후들=개인들이 좋아하는 저가 대중주들이 슬금슬금 움직이는 모습이다. 시장 매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낙폭이 컸던 우량 은행주와 증권주에 매기가 붙으면서 26일 거래소 시장에서 은행 증권 건설주의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거품'이 있지만 최근 거래량도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4억8천만여주를 기록한 것을 비롯 25일 3억7천만여주,26일 3억1천만여주 등 사흘째 3억주를 넘어서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공세를 멈추고 최근 이틀 연속 매수 우위를 보인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글로벌에셋 강인호 상무는 "국내 증시는 지난 80년대부터 지금까지 20여년간 500∼1,000선의 박스권에서 오르락 내리락 해왔다"면서 "80년부터 현재까지 GDP 성장률과 기업 부채 규모,지배구조 개선 정도,실질적인 이익 규모,주가수익비율(PER),금리 등 모든 잣대를 들이대도 500선은 역사적 저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증권 박상욱 연구위원은 "지난 92년과 98년 등 주가가 저점을 찍었을 때도 가장 비관적인 전망이 시장을 뒤덮고 있었다"며 "반도체 감산 논의와 중남미 금융위기 가능성 등 최근의 상황도 그때와 비슷해 주가 저점에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추세 전환은 아직 일러=국내 증시의 약세를 불러온 미국 경기 불황이 IT(정보기술) 부문의 침체 및 실적 악화 전망에서 나온 만큼 추세 전환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내적으로도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문제가 '불씨'를 안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도물량을 받아내고 있는 개인들이 시장을 보는 투자 잣대가 하이닉스반도체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특히 크다는 분석(대우증권 홍성국 부장)이다. 따라서 확실한 바닥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6월 말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의 마음 속에는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경기회복 지연 불가피 전망이 뇌리에 박혀 있다는 점도 투자심리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자 대응요령=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시장이 반등할 때는 낙폭이 큰 우량주부터 오르기 시작한다"면서 "우량 은행주와 증권주,낙폭과대 업종 대표주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매매보다는 연말을 겨냥해 사서 갖고 있으면 상당한 수익률을 낼 것"이라면서 "다만 경기 회복 시점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만큼 위험 관리를 위해 전통 가치주를 먼저 사고 기술주는 경기 회복의 신호를 확인하고 사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부장은 "당분간 지수 520∼540선 사이에서 빠른 종목별 순환매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상반기 결산 시점인 만큼 실적호전 종목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리스크가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