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업체들은 올 상반기 성적표가 좋지 않다. 매출액만 해도 대부분 지난해 상반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영업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전체적인 IT(정보기술)경기의 부진으로 주수요처인 통신사업자가 설비투자를 감축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수요둔화로 불거진 공급과잉과 업체간 경쟁심화가 판매단가의 하락을 불러 수익성도 악화되는 추세이다. 업종특성상 매출액이 하반기에 집중되지만 통신업체들마저 설비투자를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다 차세대영상이동통신(IMR-2000)사업의 지연, 초고속인터넷사업의 성장둔화 등으로 향후 실적전망도 밝지 못하다. 다만 중국 이동통신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침체된 내수시장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고 일부 업체들이 매출기반의 다각화 등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통신장비 시장의 전망=국내 통신사업자의 설비투자가 확연히 감소 추세에 있는 데다 불투명한 IT 경기로 투자재개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관련업계는 국내 통신사업자의 설비투자규모가 오는 2003년까지 연평균 13.1%씩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화상태에 접어든 초고속인터넷시장,무선인터넷서비스 활성화를 비롯해 IMT-2000사업의 지연 등도 통신장비 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부호분할접속(CDMA)방식 채택과 2.5세대 이동통신서비스 확대 등이 침체된 내수시장을 상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차이나유니콤의 입찰과 관련해 수주를 받은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들이 앞으로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반기 실적=웰링크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72% 줄어든 1백19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악화로 상반기 영업손실만도 4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삼우통신공업과 오피콤 등도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이밖에 에이스테크놀로지 자네트시스템 등도 IT 불경기 여파로 매출이 줄었다. 단암전자통신과 케이엠더블유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8.8%와 45.6% 증가한 각각 6백30억원과 5백9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수익성은 다소 악화됐다. 이들 회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줄어들었다. ◇투자전략=주가는 대부분 지난 1년동안의 최고치에 비해 60∼70% 정도 하락했다. 그러나 비관적인 시장전망으로 이들에 대한 증권사들의 투자의견은 '중립'에 머물러 있다. 증권사들은 통신장비 시장의 회복기를 기다리며 선별적인 투자자세를 견지할 것을 권하고 있다. 통신장비 업체중 높은 수출비중과 기술력,다양한 제품구성과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춘 기업이 침체된 내수시장의 '대안'으로 유망할 것이란 의견이 제시됐다. 현대증권은 에이스테크놀로지와 단암전자통신이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며 '매수'의견을 냈다. 또 케이엠더블유도 국내 통신사업자의 중국 진출 등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투자의견이 '시장수익률'로 제시됐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