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장비 전문업체인 다산인터네트(www.da-san.com)는 통신업계에서 "겁 없는 아이"로 통한다. 작년말 중.대형 라우터를 출시하고 이 분야 세계 1위업체인 미국 시스코에 도전장을 던졌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서는 다산의 도전을 해외기술종속에 저항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과연 되겠느냐'며 비관적으로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이들도 적지 않다. ◇ 다산 사전(辭典)에 불황은 없다 =다산은 지난 93년 자동차 자동화시스템 사업에 참여한 이래 고성장을 지속했고 지난해에는 네트워크장비업체로 변신, 재도약의 기반을 다졌다. 그러나 세계 통신시장 침체가 오래 지속되자 당초 1천억원으로 잡았던 올해 매출목표를 5백억∼6백억원대로 낮췄고 매출액경상이익률도 지난해 20%에서 올해 10%로 낮춰잡았다. 하지만 5백억원대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2백40억원)의 2배가 넘는다. 불황의 소용돌이에서 비켜서 있다는 얘기다. 이 회사 남민우(39) 사장은 "일시적으로 시장이 침체되더라도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CEO의 승부근성과 조직장악력 =남 사장은 1998년초 IMF 경제위기로 국내 사정이 어려워지자 핵심 직원 12명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협력업체인 실리콘밸리의 마이크로텍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일이라곤 단순작업인 소프트웨어코팅 밖에 없었다. 남 사장과 직원들은 이를 악물었다. '회사 운전자금을 마련하려면 자존심은 과감히 버리자'고 다짐하며 비지땀을 흘렸다. 그 결과 1년만에 1백만달러를 벌었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남 사장은 평소 "다산은 원래 예산계획이란 것도 없고 시간계획도 없다"고 말한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맞춰 '이게 아닌데' 싶으면 최단시간내에 의사결정을 번복한다. 자존심이나 체면 때문에 기존 결정을 바꾸지 않으려는 직원이 눈에 띄면 용서하지 않는다. CEO이지만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할 정도로 실무에 밝고 소프트웨어 보따리상에서 잔뼈가 굵은 '감'이 있기 때문에 그의 이런 카리스마는 조직 전체의 힘을 배가시키고 있다. ◇ 기술중시경영과 광속경영이 경쟁력 =다산인터네트는 1백50여명의 임직원 가운데 기술인력이 50∼60%를 차지한다. 그만큼 기술을 중시하고 있다. 지난해 자동화시스템업체에서 네트워크장비업체로 성공적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도 탄탄한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순발력도 다산의 강점이다. 이 회사는 신제품 기획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3개월이면 족하다. 1년 내지 2년이나 걸리는 대기업에 비하면 4∼5배쯤 빠른 셈이다. 남 사장은 "우리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장비를 어느 기업보다 빨리 내놓을 수 있다"며 "자금 정보 영업력 등 모든 부문에서 대기업에 뒤지는 만큼 속도전을 펼쳐야만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