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8일자) 바이러스 방역체계 재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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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How are you?'로 시작되는 e메일을 통해 감염되는 '서캠(sircam) 바이러스'는 파급속도만으로도 가히 충격적이다.
지난주 초 미국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이래 국내에서는 지난 19일 첫 피해신고가 접수됐는데 불과 1주일만에 2천건이 훨씬 넘었다는 소식이다.
바이러스가 실제로 신고되는 비율이 대개 1%가 채 안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속도가 아닐 수 없다.
서캠 바이러스는 당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큰 피해를 몰고 오고 있다.
시스템의 속도를 떨어뜨리기도 하고 파일을 삭제하는 등 시스템을 파괴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데다, 감염된 상태로 방치하거나 이를 사용할 경우 파괴의 정도가 증폭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개인이나 기업의 기밀정보까지 유출될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과거와 달리 다양한 첨부파일 형태를 갖춘 이번 서캠 바이러스로 인해 PC에 저장된 각종 중요 문서들이 밖으로 흘러나가고 있다.
컴퓨터 숙련자의 경우 이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정보의 원본파일을 열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피해는 예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번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된 원인이다.
물론 갈수록 지능적이고 변종도 많은 바이러스의 발생을 사전에 정확히 예측해 대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서캠 바이러스가 과거 다른 악성 바이러스에 비해 파괴력이 특별히 높은게 아니라는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산의 범위가 넓고, 속도가 빨라 피해가 커졌다면 이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버단위에서 방화벽이나 보안시스템만 제대로 구축돼 있었더라면, 서캠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 메시지의 수신을 메일서버가 자동으로 거부해 그 피해를 상당부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소ㆍ벤처기업 등에 특히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까닭도 실은 여기에 있다.
결국 우리의 취약한 방역체계가 근본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그동안 개인 PC에 백신이 많이 깔리기도 했지만 이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비율은 아직 극히 낮다.
또한 전사적 보안시스템의 구축을 서두르는 선진국과 달리 서버단위에서 백신을 설치한 기업이나 기관의 비율은 채 30%에도 못미치고 있다.
연중 바이러스 캘린더가 나올 정도로 바이러스의 공격이 일상화된 만큼 차제에 개인 기업 정부 모두 바이러스 방역체계 전반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