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세련된 매너,능란한 화술,개인전용 사무실.. 로펌(법무법인)에서 일하는 변호사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다. 기업 관련 업무가 국제화.전문화되면서 소송에 국한됐던 로펌의 영역이 법률자문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로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전국에 등록된 로펌만도 2백3개에 달할 정도다. "로펌 전성시대"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지난 26일 종영된 "로펌"이라는 TV 미니시리즈에선 새내기 변호사이자 주인공인 정영웅(송승헌 분)이 멋진 신세대의 전형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로펌행을 꿈꾸는 사법연수원생들 사이에서는 "돈벼락을 맞게 됐다(rainmaking)"라는 말이 회자되곤한다. 변호사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존 그리샴의 소설 "레인메이커(rainmaker)"에 나오는 말이다. 원래는 가뭄 때 비를 내리게 하는 인디언 마술사란 의미지만 "변호사 왕국"인 미국에서는 부유한 고객의 소송을 맡아 큰 수입을 올리는 로펌의 스타 변호사를 일컫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실제 국내에서도 일단 로펌에 들어갔다 하면 일정 수입은 보장받는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 들어가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일상 생활도 반드시 "극적"인 것만은 아니다. 사시 합격자 증가에 발맞춰 연수생 수료자도 99년 5백92명에서 지난해 6백94명으로 늘어난데 이어 내년에는 8백명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그만큼 로펌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천신만고 끝에 로펌에 들어간 새내기 변호사의 일상은 어떨까. 세전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은 사실에 근접하지만 대신 주당 80시간 이상의 중노동에 시달린다. 극이 나닌 실제에서 그들은 "레인메이커"만을 꿈꾸지도 않고 "정영웅"을 자처하지도 않는다. 고달픈 새내기=로펌의 업무시간은 통상 오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주 6일 근무다. 식사시간과 사소한 개인시간을 빼면 하루 평균 12시간 정도 일을 하는 셈이다. 일요일 출근도 다반사다. 새내기란 뜻의 "쥬니어(Junior)"변호사들의 주된 업무는 리서치.귀찮고 생색도 안나지만 생략될 수 없는 작업이다. 회의에 참가하고 소송서류 작성하느라 밤을 새우는 때도 종종 있다. 퇴근하기 전에 그날 한 업무를 시간대별로 꼼꼼히 적어내는 "타임 시트(time sheet)"를 작성해야할 정도로 혹사당한다. 로펌행을 선택한 새내기 변호사들은 "명분"과 "실리"사이에서 갈등을 느끼기도 한다. 올해 2년차를 맞고 있는 서모(27.여) 변호사는 "판사나 검사로 있는 동기들을 보면 내게는 뭔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법조인이면 누구나 꿈꿨을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남는다는 얘기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또 다른 고민은 비슷한 또래의 사회 초년생보다 훨씬 많이 받는 보수.연봉으로 쳐 세후 7천~8천만원에 달하는 돈은 부담스러울 만큼 많은 액수다. 끝없는 경쟁=로펌의 변호사들은 "어소시에이트(Associate)시니어 어소시에트(Senior Associate)파트너(Partner)매니징 파트너(Managing Partner)"순으로 승진한다. 각 단계별로 3~4년이 소요된다. 파트너 자리만 올라도 한달에 내는 의료 보험료가 백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제껏 선배 변호사들은 경제성장에 발맞춰 증가해 온 법률 서비스 수요 덕분에 비교적 무리없이 승진했다. 그러나 한 로펌내에서만 동기생이 10~20명에 이르게 되면서 로펌의 꽃이라 불리는 파트너 승진은 장교가 "별"을 다는 것만큼 어려워졌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