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직하하던 D램 값이 `횡보'를 이어가면서 반도체 경기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북미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주력 D램인 128메가 D램(16M×8PC133)은 지난 11일부터 27일까지 평균 1.8달러선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고 반도체 중개기관인 컨버지가 밝혔다. 256메가 D램(16M×16) 역시 24일부터 27일까지 4.45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128메가 D램(16M×8 PC133)은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평균 1.74달러를 유지하다가 23일부터 소폭 하락을 거듭, 27일 1.63달러로내려갔으나 하락폭이 현저히 둔화되는 양상이라고 D램 익스체인지는 밝혔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듯, 증시에서도 요즘 반도체주가 부쩍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D램 업체인 마이크론 주가는 26일 뉴욕증시에서 6.2%의 급등세를보인데 이어 27일에도 1.2%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필리델피아반도체지수도 6.29%(26일), 2.3%(27일)로 상승무드를 타는 추세다. 대만의 대표적인 반도체생산업체인 타이완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TSMC)의 주가도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 역시 오름세로 돌아서고있다. 주목되는 것은 D램 값이 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추정하는 리포트가 잇따르고 있는 점. D램 익스체인지는 주간 보고서에서 "`U자형'의 바닥이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지난 2주간 현물가격이 고정거래가격에 근접하면서 더이상의 추가하락은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버지의 애널리스트인 조 로시노는 "지난 2주간 D램 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달말 바닥을 확인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몇가지 근거를 들어 D램 값 바닥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선PC(데스크탑) 원가에서 차지하는 D램 비중이 작년 4.4분기 8%에서 이달 현재 2%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최저점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사상최대의 저(低)원가 혜택을 누린 PC업계로서는 연말부터 펜티엄IV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시장확대에 나설것으로 예상되지만,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 D램 업계는 공급능력이 낮아져 물량부족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통상 비트크로스(D램 세대교체)이후 반도체 값이 약세를 보이다가 6개월후 강력한 반등이 있었던 전례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1월 64메가 D램과 128메가 D램 사이에 비트크로스가 일어난 바 있다. 과거 비수기인 6월과 반도체값 하락기의 정점이일치했다는 점에서 가격하락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업체의 감산과 투자축소, 재고조정 노력도 서서히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고 8월부터 신학기 수요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8월 또는 늦어도 3.4분기에는 바닥을 확실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경기 낙관론자들 사이에서는 `V자형(가파른 회복)'과 `U자형(완만한 회복)'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주요 반도체업체의 2.4분기 실적발표와 맞물려 비관론이 아직까지는 우세한 편이다.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연구위원은 "현재의 반도체불황은 세계경기의 침체국면속에 수요부진에 의해 초래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다"며 "(D램값의)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중반이후에나 가능할 것"라고 내다봤다. 신학기 수요가실종될 가능성이 높고 당분간 업체들간 현금확보를 위한 초저가 덤핑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바닥이 아직 멀었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