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중 하나가 고베다. 오사카만을 끼고 발달한 항구도시 고베에는 유럽풍의 전원 주택단지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복잡한 다른 도시에 비해 쾌적한 느낌을 준다. 기후가 온화한데다 먹거리도 풍부하다. 학원도시로도 유명한 고베에는 일본에서 유일한 유통관련 종합대학인 유통과학대학이 있다. 다이에그룹의 창업주인 나카우치 이사오씨가 지난 88년 설립한 대학이다. 유통을 과학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해 유통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 아래 설립됐다. 한국능률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최고경영자과정 1기생들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유통과학대학에서 현지 연수를 가졌다. 프랜차이즈 이론의 대가인 사토, 무코야마 교수 등이 프랜차이즈 산업현황과 성공전략 등을 강의했고 프랜차이즈 성공 케이스로 손꼽히는 로손 오쇼 등 기업체의 현장을 둘러봤다. 학습 내용을 소개한다. 일본 프랜차이즈시장 현황 =일본 경제는 90년 초부터 10년이상 불황을 겪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소비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매 유통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일본 경제의 전성기 때는 2백20여만개의 자영 상점이 영업을 했지만 현재는 1백40여만개로 줄어든 상태다. 이같은 소비시장 위축 속에서도 프랜차이즈 사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일본에 프랜차이즈 비즈니스가 도입된 것은 60년대 후반이다. 90년초 도입된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 프랜차이즈는 음식업 주점에서 시작돼 현재는 편의점을 비롯 각종 서비스 업종으로 확산돼 소매 유통시장의 주역으로 뿌리를 내렸다. 상인 정신의 전통이 강한 일본에서는 대형 직영점 체제보다 가맹점주가 자율권을 갖고 영업하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풍토에 잘 맞다는다는 분석이 많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외국계 프랜차이즈들이 진출하고 있어 토종 업체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음식업의 경우 스시 카레 우동 전문점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서비스업에서는 집안청소 대행업, 비디오 대여점, 양복수선업 등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용실 중저가호텔 중고책판매점 업계에도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메가(Mega) 프랜차이즈숍이 늘고 있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가맹점주들은 불황속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여러 체인 본사와 계약을 맺어 동일 점포 안에서 다양한 품목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케이스 스터디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의 골자는 계약에 의한 본사와 가맹점의 공동 경영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프랜차이즈를 일본 현지 실정에 맞게 변형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업체로는 오쇼를 꼽을 수 있다. 오사카 지역을 근거지로 출발한 오쇼(www.ohsho.co.jp)는 중화요리 체인점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67년 1호점을 낸 후 34년간 중화요리 체인점만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회사다. 현재 전국에 6백50여개의 가맹점을 갖고 있다. 음식점 경영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앞다투어 입사를 희망할 정도로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쇼의 성공은 독특한 인사관리 제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일반인에게 가맹점을 내주지 않는다. 음식의 맛은 회사의 전통에서 나온다는 창업주의 경영 방침에 따라 오쇼 본사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사원을 대상으로 체인점을 개설해 주고 있다. 가맹점을 하려면 본사에 사원으로 들어가 요리 교육부터 영업, 매장관리 등을 배운다. 그러나 일단 점주가 되고 나면 매장의 운영에 관한 전권을 점주가 갖고 지역상권의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경영을 한다. 음식 관리도 독특하다. 대표 메뉴로 꼽히는 교자만두 등 주요 요리의 원재료를 본사 식품공장에서 생산해 밤 사이에 생식품 상태로 매장에 배달한다. 각 점포에서는 이들 원재료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직접 요리한다. 표준화된 맛을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조리해 소비자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가격이다. 중화요리 체인중 가장 싼 값에 최고의 맛을 선사하겠다는 영업 전략을 30년이상 고수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우동도 3천~4천원 하지만 오쇼에 가면 이 돈으로 4,5가지 정도의 중화요리를 맛볼 수 있다. 고베(일본)=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