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정부통계의 質 높이려면..박성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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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 서울대 통계학 교수. 자연과학대 학장 >
컴퓨터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좋은 하드웨어에 좋은 소프트웨어가 결합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느냐의 여부는 우리가 갖고 있는 유형자산(하드웨어)과 더불어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
국가 소프트웨어는 국가를 운영하는 시스템과 인프라,그리고 국가운영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업무에 관한 일련의 규칙을 말한다.
유형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이를 운영하는 시스템이 비효율적이거나,인프라 구축의 미흡 또는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역량,규칙준수도,열성 등이 수준 이하라면 국가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있는 하드웨어를 갖고 있으나,소프트웨어는 그렇지 못해 개혁이 필요한 수준이다.
따라서 국가 소프트웨어를 상당히 개혁시키지 않으면 국가경쟁력 제고는 곧 난관에 봉착할 것이며,성장잠재력은 벽에 부딪칠 것이다.
국가 소프트웨어는 정부기관 정당 학교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공공조직에 적용되며,이 조직의 성과가 국가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통계는 한 나라의 현 상태를 객관적으로 말해주는 기본자료다.
국가를 올바로 운영하고 발전방향을 탐색해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필수적 기본정보다.
그만큼 정부통계는 국가 운영의 중요한 소프트웨어의 하나로서 만일 정부통계가 잘못 작성되는 경우에 발생하는 국가적 손실은 엄청나다.
과거의 몇가지 사례를 보면 어획량의 기초통계 부실 때문에 한·일어업협상에서 입은 국가적 손실,또 고추작황 추정 통계가 잘못됨으로써 '고추 파동'이 발생해 고추값이 금값이 돼 국민들에게 준 피해,그리고 병원 제약회사 약국 등 사업장의 소득에 관한 통계정보 미비로 의약분업 추진 과정에서 겪은 정부와 국민과의 마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정부통계의 질을 높여 통계선진화를 이루고 국가 소프트웨어의 중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우리나라 정부부처 가운데 통계의 기획·조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통계청 농림부 등 2개 기관에 불과하며,그나마 통계전문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조사직원을 제외한 순수 통계인력은 한국이 인구 1백만명당 24명에 불과하나,일본은 95명,영국은 1백13명,캐나다는 2백45명으로 우리의 4∼10배에 해당한다.
통계의 중요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환경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교육인적자원부 건설교통부 등에는 통계과를 두어 통계를 기획하고 조사하는 기능을 주어야 한다.
둘째,정부통계의 주관 기관인 통계청이 재정경제부 소속으로 운영되고 있는데,과거 경제개발이 최우선인 시대엔 경제통계 작성을 위해 재정경제부 산하에 두는 것이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보건통계 환경통계 교육통계 등 모든 분야의 통계가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하므로,통계청 소속을 기획예산처로 옮겨 기획예산처의 이름을 기획예산통계부로 하거나,아니면 통계청을 국무총리실로 옮겨 범 정부적 기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정부통계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이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선진국들은 모두 통계연구소를 갖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대만 중국 등이 통계연구소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립통계연구소를 만들어 필요한 통계를 개발하고,통계의 질을 높이는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넷째,통계의 이해는 국민이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이다.
따라서 초·중·고·대학에서의 통계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초등학교 교육에서부터 통계감각을 익히도록 그림통계 등을 교육할 필요가 있으며,중·고교 수학책에 통계부분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대학 교육에서는 통계분석을 교양필수로 넣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통계의 이해는 정보의 이해와 직결되며,정보의 이해는 지식의 인프라에 해당한다.
오는 8월 22∼29일 서울에서는 '세계통계기구 53차 총회'가 열린다.
이 대회는 격년으로 열리는 통계전문인들의 올림픽으로서,통계작성자 통계학자 통계이용자 등 2천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학술대회다.
통계 시스템의 개선은 국가 소프트웨어의 개선과,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parksh@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