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부각되는 러시아 국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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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채시장이 유망한 투자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JP 모건의 이머징마켓 채권지수는 올들어 9% 정도 오른 반면 러시아 채권지수 상승폭은 무려 27%로 세배나 더 오른 것으로 평가됐다.
한때 외채상환 불이행(모라토리움) 문제로 세계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줬던 러시아가 최근 유망한 채권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현상은 얼핏 이해가 안가는 일일수 있다.
중남미와 함께 최악의 외채부담으로 고통받아 왔던 러시아가 최근에 유망한 채권시장으로 부상한 데에는 두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하나는 푸틴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추진해온 개혁정책과 정상외교를 통한 친서방 정책이 주효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러시아 경제는 99년 5.4%의 성장세를 보인데 이어 지난해에는 무려 8.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세계적인 동반침체로 성장률이 낮아지긴 했지만 1.4분기에도 4%의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경상수지와 재정수지도 흑자세가 지속되고 있다.
물론 러시아 경제의 이같은 회복세는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99년 이후 강세국면을 지속하고 있는데 힘입은 요인이 가장 크다.
여기에 푸틴이 대통령 취임 이후 꾸준히 추진해온 경제개혁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점이 가세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의 외채정책이 변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해까지 러시아의 외채정책은 런던클럽과 파리클럽에서 결정된 외채탕감여부에 의존하는 수동적 자세로 일관해 왔다.
올해 들어서는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서방국가와의 관계개선 노력으로 대외신용이 회복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국제기채(起債) 시장에서 다시 유로채 발행이 가능해지면서 러시아는 외채를 상환하거나 외채상환기간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처해 오고 있다.
결국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외채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러시아 채권시장이 유망한 투자대상으로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러시아의 외채문제는 내년을 기점으로 오는 2003년에 또다시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경제적으로는 세계경기의 동반침체,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의 하락전망 등 불안요인이 많은 상태다.
정치적으로도 러시아의 대(對)이란 미사일 개발지원 의혹, 체첸사태 미해결, 미사일 방어체제(MD)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등이 표출되면서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될 소지도 안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계속해서 러시아가 유망한 채권시장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선진국 경기와 통화정책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별로 차이가 있으나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기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올해말에 가서야 가능하게 되리란 전망이 많다.
선진국의 금리인하 정책도 8월21일에 열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회의가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6%인 점을 감안하면 8월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경우 연방기금금리가 3.5%로 떨어지게 돼 사실상 앞으로 추가 금리인하 여지는 없어지게 된다.
물론 금리인하 추세가 멈춘다 하더라도 곧바로 금리인상기조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다.
최근 세계 각국들의 경제정책이 물가안정보다는 경기부양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점들을 감안해 보면 최근 들어 유망한 채권 투자대상으로 러시아가 부각되는 상황은 최소한 올해말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