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차 베이징에 들른 친구를 만났다. 그는 만나자마자 '중국고궁 예찬'을 늘어놨다. "역시 황제가 살던 궁(宮)이라 다르더군.그 규모에 놀랐어.경복궁은 그곳에 비하니까 시골 양반집 사랑방이데…" 고궁의 위용에 흥분한 듯했다. 기자가 물었다. "고궁이 서울에 있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대답을 궁리하는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 "고궁은 너무 커 서울의 조화를 깨뜨렸을 것이다.중국에는 중국 크기가 있고,한국에는 한국 크기가 있다.경복궁이나 비원은 단아하고 아담하기에 더 보기 좋지 않더냐.우리 것을 알아야 중국이 제대로 보인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 와 그 발전상을 보고 놀란다. 엄청나게 발전하는 중국도시를 보고는 "이러다간 중국에 잡혀 먹히겠구나"하고 혀를 찬다. 중국 위협론이다. 왜 그럴까. "우리 것을 몰라서 그렇습니다.내가 가진 장점을 모르고 남의 것만 보니까 '우리는 안돼'라는 식으로 빠져들지요.비원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천안문을 보니까 시골 양반집 사랑방 운운하는 겁니다" 중국 주재 8년 경력을 가진 한 상사원의 해석이다. 우리가 중국에 자랑할 수 있는 장점은 많다. 뛰어난 기획력과 세계시장 마케팅능력 등은 중국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분야다. 우리나라 정보기기 상품은 대부분 중국제보다 우수하다. 중국의 추격에 더 멀리 달아날 생각을 해야지,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은 중국이 죽어도 따라오지 못할 분야다. 패기와 지력으로 무장한 젊은 벤처인들이 지금 중국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우리의 젊은 문화가 중국 청소년을 휘어잡으면서 한류(韓流·한국바람)를 일으켰다.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발휘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애국심은 중국인을 놀라게 한다. 내 것을 알아야 대(對) 중국 전략이 선다. 한단계 높은 기술로 비교우위를 유지해 '한국제품은 비싸지만 좋다'라는 이미지를 지켜간다면,중국은 영원한 우리의 황금시장이다. 친구는 "서울에 가는 대로 경복궁과 비원을 다시 찾아 보겠다"고 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