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경제학] '투자부진과 잠재성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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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수출과 함께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던 설비투자 증가율이 금년 1.4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7.9%를 기록, 매우 부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4백대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투자는 관련산업의 생산활동 증가로 소비증가 등 수요를 진작시킬 뿐만 아니라 공급능력을 확대시킴으로써 잠재성장력을 제고시킨다.
특히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계획은 투자계획이라고 할 정도로 경제발전 과정에서 설비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따라서 투자 부진이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향후 잠재성장력 약화가 우려된다.
잠재성장력이란 일반적으로 한 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생산요소를 최대한 활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 또는 자연실업률 상태하에서의 GDP로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GDP로 정의된다.
한국은행에서 분기별로 발표하는 GDP는 우리 경제가 당해 기간동안에 실제로 생산한 모든 최종생산물의 부가가치를 합한 것으로 실질 GDP로 부른다.
잠재성장률은 우리 경제의 성장추세를 보여 준다는데 의미가 있고,경제의 적정 성장목표 설정 등과 같은 거시경제정책에 이용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측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이용된다.
생산량과 실업률 사이의 경험적 관계인 "오쿤(Okun)의 법칙"을 이용하는 방법, 생산요소와 생산량간의 기술적 관계를 나타내는 생산함수를 이용하는 방법, 시계열자료 분석기법인 추세추출법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추세추출법을 이용해 구해본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70~80년 7~8%대에서 90~99년에는 6.5%로 낮아졌으며 특히 외환위기를 전후해 5%대로 하락했다.
2000년 잠재성장률은 5.1% 수준으로 추정된다.
낮아진 잠재성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기술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는 바이오 신소재 광산업 등 신기술.신산업 분야 등에서 선진국과의 기술력 격차가 크다 보니 투자를 하고 싶어도 수익을 내기 힘들어 투자가 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R&D 투자가 총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 6%대 수준에서 외환위기 이후에는 7.1%로 약간 높아졌으나 아직도 미미한 실정이다.
즉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투자는 60% 이상이 주로 단순한 설비 확충에 치중하고 있다.
R&D 투자가 부족하다는 것은 미래의 성장엔진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이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를 초래한다.
미국 등 선진국 기업의 경우 매출액의 10%를 R&D에 사용하고, R&D의 10%를 순수 기초연구에 사용하는 것이 관례화될 정도로 R&D 투자를 중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매출액에서 R&D에 들어가는 비용이 1.2%(2000년)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향후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설비투자의 양을 늘리는데 치중하기 보다는 성장엔진 역할을 할 수 있는 신상품.신기술에 대한 R&D 투자의 확대가 절실히 요구된다.
김범식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kbs@se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