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전문기자의 '유통 나들목'] 셔틀버스 금지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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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9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30일부터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의 셔틀버스가 다니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백화점 셔틀버스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법 개정은 국회의원들이 앞장섰다.
그 배후에 여러 사업자(유권자)들의 재촉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대형 소매점의 셔틀버스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택시·노선버스 사업자와 영세 상인들이다.
셔틀버스를 돌려 동네 손님들을 싹쓸이 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자는 취지다.
그로부터 한달.
아직 결론을 내리기 이르긴 하지만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7월 한달동안 대형 소매점들의 매출은 오히려 늘어났다.
업태별 대표주자인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백화점의 실적을 보자.
이마트 가양점과 산본점의 이달 1∼25일까지 25일간 매출실적은 각각 1백62억원과 1백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9%,12.1% 늘어났다.
롯데백화점은 세일매출 호조에 힘입어 7월 한달간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20% 이상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매출을 밀어올린 1등 공신은 바로 객단가다.
객단가란 고객 1인당 구매액을 뜻한다.
객단가가 왜 늘어난 것일까.
자가용이 늘어난 때문이다.
자가용이 늘어나면 쇼핑객의 구매용량은 두 손에서 자동차 트렁크 크기로 변한다.
한꺼번에 많이 산다는 뜻이다.
실제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셔틀버스 금지 이전인 4월 세일때만 해도 하루 평균 5천8백여대 주차하던 것이 7월 세일때는 하루 6천7백여대로 늘어났다.
자연히 객단가가 올라갔다.
본점의 경우 작년 여름 세일때 평균 객단가가 6만5천1백원이었으나 이번 세일때는 8만5백원으로 23.7% 늘었다.
셔틀버스 운행이 금지되면서 대형 점포들엔 자가용·객단가·매출 등 세가지가 느는 대신 버스운영비가 절감되는 '3증1감' 현상이 생겼다.
영세한 사업자들의 영업을 돕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대형 점포에 법적 규제를 가한 게 오히려 유통 대기업들을 도와주는 결과를 낳았다.
입법한 의원들이 셔틀버스 운행여부를 정치논리로만 접근했기 때문에 생긴 아이러니다.
유통 대기업과 중소 사업자들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일본의 대점입지법(大店立地法)이나 미국 월마트의 갈등완화 제도(굿웍스 프로그램)만 차분히 검토해 보았더라도 이런 어설픈 입법은 없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