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0:02
수정2006.04.02 00:05
미국 행정부가 강한 달러를 둘러싼 균열을 내보이고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환율은 시장이 결정한다"고 원론을 강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찰나, 오닐 재무장관이 맞받아쳤다.
폴 오닐 재무부장관은 자신이 '미 달러정책의 대변인'이라며 기존 달러 강세 정책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백악관 쪽에서 "단 부시 대통령만 빼놓고"라며 토를 달았다.
이같은 혼선에 지난주 시장은 달러 약세를 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달러 강세 정책기조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재무장관이 번갈아가면서 다른 입장을 흘리는 데에서 미국 행정부의 딜레마를 읽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달러화의 약세 전환을 어쩔 수 없지만 급전직하를 우려, 표면적으로는 강한 달러 고수를 내세울 뿐이라는 설명이다.
강명훈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이 공개적으로 강한 달러를 포기한다고 밝힐 경우 달러화 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오닐의 반박은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인 표현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나경제연구소의 신동수 박사도 "4/4분기 미 경기회복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늘고 있다"며 "달러화 가치 유지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경기가 회복된다는 확실한 기미가 나타나기 전에는 달러 강세 노선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GDP의 4.5%에 달하는 막대한 무역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로 보전해 왔다. 달러화가 갑자기 약세로 돌아설 경우 투자자금의 해외 유출을 피할 수 없다.
미국 주식과 채권에 투자되는 외국인 자금은 한달에도 25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바로 이 막대한 자금이 미국을 탈출하면서 가할 충격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기업의 대변자인 미 공화당 정부로서는 달러 강세로 인한 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악화를 모른 척 할 수도 없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곤란한 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한화증권의 강 연구위원은 해석했다.
한편 달러화의 움직임은, 강세이건 약세이건, 결국 미 정부의 정책의지보다는 시장의 힘에 수렴하게 된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장원창 박사는 이와 관련, "일본이나 유럽의 경제상황이 미국에 비해 빠른 시일 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며 "달러화의 추이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