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파문이 장기화되고 있다. 30일 결렬된 한.일 어업협상도 따지고 보면 역사교과서 갈등의 여파라고 할 수 있다. '역사교과서'는 이제 정치적 문제에서 벗어나 경제 문화 전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고이즈미 내각이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함에 따라 그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고이즈미 내각의 압승을 계기로 한.일관계를 분야별로 점검해 본다. ◇ 한.일 어업협상 결렬 =30일 한.일 꽁치잡이 조업에 관한 수산협정이 결렬됨으로써 당분간 양국의 수산협력 관계에 틈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일본이 니코탄 하보마이 등 일본 북방 4개섬에 관한 러시아와의 영유권 분쟁에 한국을 끌어들인 것으로 일본의 우경화 경향이 가라앉지 않는 한 수산 분야에서도 양국간의 불협화음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원양업계는 지난 99년 발효된 한.일 어업협정에 따라 지난달 6일 남쿠릴 해역(러시아의 EEZ) 이남 수역인 일본 산리쿠 어장(일본의 EEZ)에서 9천t의 꽁치를 잡겠다는 조업신청을 냈으나 아직까지 허가가 유보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이 일본과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고 러시아와 직접 조업 교섭을 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당국자들은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일본의 돌출행동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는 경기침체에 따른 우익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현재 러시아 영토인 북방 4개섬의 반환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번 남쿠릴 해역의 꽁치잡이 조업을 둘러싼 한.러.일 3국간의 갈등도 북방 4개섬에 인접한 이 해역이 일본의 EEZ라는 강변에 의해 파생됐다. 해양부 관계자는 "산리쿠 어장의 경제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나 한.일 어협 협정 정신에 따라 최선을 다해 조업허가를 얻어낼 방침"이라며 "만약 교섭이 무산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당초 예정일인 다음달 20일까지 일본이 산리쿠 어장 조업을 허가하지 않을 경우 우리측도 우리 EEZ 내에서 일본의 조업을 감축하는 등 강경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럴 경우 한·일 양국이 상대방 EEZ에서 조업하는 어획량 규모가 줄고 대일 수산물 수출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본측은 EEZ 경계선에서 우리 어선에 대한 어로감시 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 관광 =지방자치단체 및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일 민간교류 행사가 대거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30일 현재 예정됐던 일본 단체관광객의 입국이 취소된 것은 모두 73건 2천6백77명에 달했다. 특히 후쿠오카지역의 경우 36개 단체 1천5백38명이 방한을 취소했으며, 6개 단체 6백83명이 취소를 검토하거나 연기를 결정하는 등 가장 많은 여행객이 방한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지자체도 예정됐던 일본과의 교류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도 차원에서 일본 오이타현과의 교류를 전면 중단하는 등 30일 현재 총 39건의 한.일교류 행사가 취소됐고 26건이 재검토 또는 보류 중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세계경제의 침체로 외래관광객 유치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일본의 역사교과서 파동이라는 악재가 겹쳤다"며 "올해 2백65만명의 일본인 관광객 유치목표는 물론 5백80만명의 외래관광객 유치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문화관광부와 관광공사, 한국방문의해추진위원회는 이와 관련, 최근 일본 도쿄와 홍콩에서 일본.중국.동남아 관광객 유치를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일본지역 대책회의에서는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의 전국망을 이용한 '연말 방한상품 대규모 캠페인사업' '세계도자기엑스포 참관상품' 등 21개 사업추진을 통해 3만4천명의 일본관광객을 추가 유치하는데 힘을 쏟기로 했다. 김재일.정종호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