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기대, 공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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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휴가철에 들어서면서 주식시장은 지리한 국면을 이어갈 태세다.
7월에 접어들면서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예상이 사실로 확인되었고 8월을 앞두고 여름 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한동안 일렁이더니 파도처럼 부서져 버렸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2/4분기 기업실적의 악화 경고로 시작된 일련의 개별적 과정은 실적 악화와 전망 위축에 이르며 집합적 양상을 띠더니 결국 경제성장률 둔화에 맞닥뜨려졌다.
미시적 논거에 기반해 구성의 오류라거나 개별의 합이 곧 전체라는 총계론적 형식논리에 깊이 들어가는 것을 유보하는 선에서 보면, 경기 전반과 개별 기업의 실적은 어떤 식으로라도 통해있음을 새삼 발견하게 됐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지난주 급락하며 510선에 접근했다가 역사적 저점론과 낙폭과대 논리로 540선에 접근했으나 국내외 경제지표의 악화라는 현실적 제약에 처하며 530대로 밀려났다.
기술적으로 보면 지난주 기술적 반등에 성공한 뒤 사흘째 5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움직이고 있으나 550선대의 20일선과의 괴리를 좁히지 못한 채 540 안팎에서 등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시분석론으로 접근하면 기업실적이 좋지 않은데 시장의 인기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기술적 접근과 향후 전망과 맞닿아 매매가 이뤄지며 선행하는 주가를 사후적 지표로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기본적 접근이 약세국면에서 어느정도 공통 구간에 맞닿아 있음도 보게 된다.
수급상으로는 외국인이 거래소에서 순매수하고 있으나 낙폭과대 논리에 따른 종목교체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향후 증시의 전망을 담고 있는 선물지수는 지난 6월 중순 이래 외국인 매도논리가 관철되며 현물시장을 휘두르고 있다. 당분간 현선물간 선순환 고리는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 세계 경기 동반 침체, 화두는 경기모멘텀 = 세계 증시의 시선은 온통 경기가 언제나 나아질까 하는 데 쏠려 있다. 지난 상반기는 좋지 않았으나 회복 사인이 나타나주기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주 금요일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7%로 지난 1993년 1/4분기 마이너스 0.1% 성장 이래 가장 낮았다고 발표했다. 월가 전문가들의 기대치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부문별로 주택투자는 7.5%로 여전히 강세였으나 소비지출은 1/4분기 3.0%보다 낮아진 2.1%로 둔화된 가운데 기업 재고가 급감한 가운데 투자 역시 13.6%나 감소, 산업활동이 위축됨을 보여줬다.
소비증가율은 지난 1997년 2/4분기 1.9% 이래 가장 낮았고, 특히 기업투자는 1982년 2/4분기 14.1% 감소 이래 최악의 수준이었다.
일본 역시 고이즈미 내각 출범 이후 상원격인 참의원의 첫 번째 선거에서 자민당이 안정적 의석을 확보했으나 경기침체 우려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경제산업성은 6월중 산업생산이 전월비 0.7% 감소, 넉달째 감소세를 지속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악화 전망을 넘어서는 결과여서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6년중 최저치로 다시 추락했다.
국내 경제는 지난주 6월 산업생산이 32개월만에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냉기가 흐르고 있다. 일부 재고감소가 이뤄지긴 했으나 설비투자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세계경기 회복과 맞물려 경기회복 시기가 4/4분기 이후로 늦어질 우려가 있다고 전철환 한은 총재 역시 인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내년이나 돼야 경기가 회복될 것이며 회복되더라도 급등이 아니라 완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 금리인하와 경제회복의 간극 확대 = 미국의 올들어 여섯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통화정책의 경험과는 달리 금리인하와 경기회복 사인 사이의 시차는 예상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글로벌경제로 급속히 통합되는 시장과 경제여건 하에서 자본자유화로 퍼지고 신용경색으로 막힌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려는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세계경제를 이끌어 온 미국이, 그것도 지난 세기말 세계적인 외환·금융위기에서 버팀목이 되며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자리매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마저 실물경제와 겉도는 현실이 바로 고민의 핵심이다.
미국 앨런 그린스팬 FRB의장은 지지난주 하원에 이어 지난주 상원에서도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 시기가 연말이나 내년초로 넘어갈 것이라고 시인하면서 다시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내놓을 뜻을 시사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그린스팬 의장이 지난주말 발표된 2/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예상치(Advance)에 앞서 노련미를 발휘, 반등 논리를 겨냥해 시장의 맥이 끊기는 것을 막았다는 평가를 비치기도 한다.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엄연한 현실을 감추기보다는 미리 시장에 일러줌으로써 충격을 완화하려는 그의 독특한 레토릭이 이번에도 반등 국면에 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나스닥지수가 사흘째 반등하며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을 회복하긴 했으나 기술적 반등 이상의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8월중 금리인하에 환호하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경제지표가 크게 개선되지 못하는 한 미국 나스닥지수 역시 당분간 횡보 내지 등락 조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하다.
특히 굵직한 기업실적 발표가 대체로 마무리되고 휴가철을 맞아 증시의 경제지표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주 발표되는 개인의 소득이나 소비는 대체로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7월중 소비자신뢰지수나 제조업경기를 나타내는 전국구매관리자협회지수는 6월보다 낮아지고, 실업률은 다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