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기 <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honglaw@unitel.co.kr > 서울행정법원은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돼 이달중 신상이 공개될 예정이었던 어떤 이가 청소년보호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그는 신상공개처분 취소청구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은 신상공개 수모에서 잠시 비켜있게 되었다. 만일 취소청구소송에서도 승소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확정된 벌금을 내고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대가를 제공하고 성교행위 등을 하는 경우를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로 규정한다.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지만 고난은 오히려 여기서 시작된다. 법은 친절하게도 한자까지 명시된 이름,직업,주소,범죄사실의 요지를 계도문이란 이름으로 청소년보호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6개월간,정부 중앙청사와 특별시·광역시·도의 본청 게시판에 1개월간 게시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행위를 즐기는 파렴치한 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파렴치한 범죄자를 엄벌하고 나서도 파렴치범 방지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신상공개'를 하겠다는 데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조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미 아내(혹은 남편)와 어린 자녀가 이웃이나 학교에서 겪었을 고통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봤는지 의문이다. 신상공개 과정에서 '나는 빠졌다'고 안도(?)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범죄를 근본적으로 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범죄자의 '프라이버시권'도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모든 사건은 그 내용이 다르다. 관계자들로서는 구구절절 사연도 많고 한도 많다. 각각의 사건에서 범죄자의 프라이버시와 피해 청소년의 보호라는 가치를 서로 비교할 때 청소년의 성보호가 항상 우선이라고 속단하지 말자. 범죄방지의 실효성은 합리적 방법으로 확보돼야 한다. 파렴치범을 방지하기 위해 파렴치한 법을 시행하겠다는 태도는 문명사회가 혐오하는 제도적 폭력의 가장 천박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