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0:06
수정2006.04.02 00:08
MMF(머니마켓펀드) 수탁 잔고를 보면 주가가 보인다.
MMF 잔고와 종합주가지수가 올들어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MMF 잔고가 급증할 때 종합주가지수는 약세를 보이고 MMF 잔고가 감소할 때 주가가 힘을 내고 있는 것.
외환위기 이후 법인의 여유자금이 MMF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원론적으로는 MMF 자금을 단순히 주식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으로 보기 어렵다.
성격이 다른 자금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되고 자금의 단기 부동화(浮動化)가 심화되면서 MMF의 잔고 추이와 종합주가지수는 모두 미래의 경제상황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를 반영하고 있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주가 전망이 어렵다면 MMF 잔고가 줄어드는 시점을 주식 매수 타이밍으로 잡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 MMF와 종합주가지수는 역(逆)의 상관관계 =MMF 잔고 증가는 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극심해진 작년말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2월들어 주춤하던 MMF 잔고는 3월부터 다시 급격한 증가세를 타더니 3월23일 올들어 최고치인 45조2백1억원을 기록했다.
이 시기에 주식시장은 1월의 '유동성랠리'를 마치고 하락 추세를 그렸다.
이후 4월 중순까지 MMF 잔고는 40조원대를 유지한 반면 종합주가지수는 연중 최저치(4월10일, 491.21)를 기록하며 바닥을 헤맸다.
MMF 잔고가 29조원대까지 급감한 것은 4월 하순부터 5월 초까지.
이 때부터 주가는 500대 초반의 바닥권을 벗어나 단숨에 600선을 두드렸다.
금리 급상승에 따라 장부가와 시가의 괴리율이 문제가 돼 MMF 환매소동을 겪은 탓도 있지만 MMF 잔고와 종합주가지수의 역의 상관관계는 지속된 셈이다.
전고점을 돌파했던 종합주가지수(5월29일, 632.05)가 하락 추세로 접어들자 MMF 잔고는 다시 늘어났다.
공교롭게도 520대까지 떨어진 지난 23일은 MMF 수탁고가 다시 40조원을 회복한 날이었다.
◇ MMF 자금의 특성 =MMF 자금은 두 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단기 운용자금이라는 점.
둘째는 안전자산 선호 경향을 반영한다는 특성이다.
MMF가 장부가로 평가되는 단기 상품이기 때문에 특히 자금시장이 불안하고 경기전망이 불투명할 때 수탁고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대한투신운용 류희대 채권운용팀장은 "주식시장이 약세이기 때문에 MMF가 늘어난다는 말은 틀리지만 MMF가 증가하는 것으로 봐서 주가가 크게 오르긴 힘들겠다고는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MMF는 자금의 특성상 경기상황이 불확실하고 자금시장 불안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크게 늘어난다"며 "이 시기는 주식시장 역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때"라는 설명이다.
◇ MMF의 재급증 =MMF는 지난달 8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고 경기회복 사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선 주가의 큰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달 들어 최악으로 치닫는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발표와 마이너스로 돌아선 산업생산, 최악의 수출 감소율 등으로 '연내 경기회복'이라는 기대감이 상당부분 희석됐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4%대로 떨어짐으로써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시대'에 진입했지만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기미는 아직 없다.
그런 와중에도 MMF 잔고가 줄어드는 시점을 주식 매수 타이밍으로 잡을 만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