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왔다 울고 가는 설운 사정을 당신이 몰라주면 누가 알아주나요/만나면 사정하자 먹은 마음을 울어서 당신앞에 하소할까요/알뜰한 당신은 알뜰한 당신은 무슨 까닭에 모른체 하십니까요' 대중가요 '알뜰한 당신'(이부풍 작사 전수린 작곡)이 세상에 나온 건 1938년이다. 부산 동래 태생의 열여섯살 신인가수 황금심(본명 황금동,세례명 마리아)이 OK레코드에서 빅터레코드로 옮겨 '외로운 가로등'에 이어 부른 게 요즘말로 대박이 됐다. 맑으면서도 애조띤 목소리의 황금심은 이후 '삼다도라 제주에는 아가씨도 많은데 바닷물에 씻은 살결 옥같이 귀엽구나'로 시작되는 '삼다도 소식'을 비롯 '뽕따러 가세' '사람팔자 몰라요' '장희빈' '화류춘몽'등 무수히 많은 히트곡으로 많은 사람의 가슴에 새겨졌다. 98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작곡가와 평론가등 가요전문가 18명이 뽑은 '건국이후 가수 베스트 50'에 젊은 가수들을 제치고 뽑힌(29위) 것은 그의 인기가 결코 한순간의 것이 아니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그의 일생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악극 '춘향전'에서 춘향과 이도령 역을 맡은 걸 계기로 18살 때 서른살 노총각이던 당대의 톱가수 고복수와 결혼한 뒤 한동안 부부가수로 화려한 날을 보냈지만 말년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58년 남편이 손댄 운수업이 뜻같지 않았던데다 61년 전재산을 넣어 만든 영화 '타향살이'의 흥행이 개봉 닷새만에 4ㆍ19혁명 발발로 참패하고 이후에도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 바람에 집까지 남에게 넘어가는 어려움을 겪었다.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던 탓일까,그러면서도 투병중인 남편을 극진히 간호하고 72년 남편의 타계 뒤엔 홀로 3남2녀를 키우느라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밤무대에 섰다. 이처럼 그가 오랜 투병 끝에 마침내 세상을 떠났다. 때로운 흥겹기 짝이 없는 민요풍으로,때로는 가슴을 에이는 애절한 음색으로 듣는이의 가슴을 적시던 그의 노래는 이제 들을 길 없게 됐다. 문득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