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기호 < 사장 > LG화학을 얼핏 보면 가치주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석유화학업체는 유화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경기호황기가 되면 엄청난 이익을 내고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면 대규모 적자가 나게 마련인 것이 경기민감주다. 경기민감주는 실적변동이 심해 재무구조가 좋고 배당을 많이하는 가치주 범주에 들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LG화학은 가치주 성격을 가지고 있다. 순수 석유화학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을 산업건재의 호황으로 만회하는 기업"이어서 실적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세계적인 유화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1~2분기에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LG화학의 가치주 성격을 입증한다. 지난 4월1일 분할된 LG화학은 석유화학 산업건재 전자정보소재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나뉜다. 세계 석유화학 경기는 만성적인 공급과잉상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LG화학의 핵심부문인 석유화학 부문의 손익은 점차 악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유화부문의 공급과잉이 산업건재부문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 낮은 가격의 유화제품이 산업건재의 원자재가 되기 때문이다. PVC(폴리염화비닐)와 ABS(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등 석유화학 주제품은 건축바닥재와 컴퓨터 냉장고 TV 자동차범퍼 등의 원료이다. 따라서 이들 산업건재부문은 값싼 원료를 사용해 가공판매하므로 수익성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유화경기의 부진이 산업건재부문의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석유화학부문의 시장점유율이 단연 높다는 점도 LG화학의 강점이다. 국내 PVC시장에선 LG화학이 40%를 점유하고 있다. 세부품목에 따라선 한화석유화학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하지만 PVC시장 전체로는 LG화학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ABS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은 46%로 더욱 높다. 거의 모든 석유화학제품에서 LG화학의 시장점유율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LG화학을 "국내 석유화학 대표주"(유성문 세종증권 애널리스트)라고 부르는 데 인색하지 않다. 유 애널리스트는 올해 LG화학의 예상 에비타(EBITDA:감가상각 및 세금납부전 이익)는 6천7백7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종의 평균 EV/에비타 5.3배를 적용할 때 LG화학의 적정주가는 2만9천3백원으로 평가된다고 유 애널리스트는 설명했다. LG화학의 실적전망도 어둡지만은 않다. 중동 및 아시아지역 석유화학 설비 신증설 대상에서 한발 비켜선 PVC 및 ABS부문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화학 경기 회복시 실적 개선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언젠가는 LG화학의 주가탄력성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아시아지역 석유화학산업 경기는 올해 3.4분기에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LG화학의 실적과 수익성도 2002년부터 본격적인 회복세 진입하게 된다. LG화학이 가치주로 선정된 것은 꾸준한 실적때문이다. 경기가 회복한다면 유화사업부문과 산업자재부문이 2003년까지 성장 기관차 역할 수행할 것이며 그 다음에는 정보전자소재부문에서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사업부문별로 상호보완관계에 있어 꾸준히 이익을 내고 배당을 할 수 있는 기업이란 이야기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