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사기피해...'억울한 파산자' '빚 수렁'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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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보증을 잘못 섰거나 사기를 당하는등 어쩔수없는 사정으로 빚을 진뒤 소비자파산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빚을 더이상 갚지 않아도 될 길이 넓어졌다.
현행 파산법상 원칙적으로 면책을 받을수 없는 "면책불허가사유"에 해당되더라도 파산 관련 재판부가 빚을 진 사정 등을 참작,잇따라 면책(재량면책)결정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비자파산 선고를 받은 사람들이 재량면책에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서는 금물이다.
본인의 명백한 잘못이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만 면책결정이 내려진다는 점에 유의해야한다.
◇최근 면책 사례=남매지간인 A(36)씨와 B(31·여)씨는 지난 94년 누나(언니)의 동업자가 22억원(2백15만여달러)의 수출신용장을 매도하는데 보증을 섰다가 일이 꼬이는 바람에 99년 각각 파산선고를 받았다.
건설업자인 C(51)씨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 목사에게 속아 자신의 이름으로 교회 신축자금 8억원을 빌려 완공한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지난해 2월 파산선고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1심에서 파산선고만 받았을뿐 면책결정은 얻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2심인 서울지법 파산3부는 이들의 딱한 사정을 감안해 파산법에 있는 '재량면책' 규정을 활용,빚의 전액 또는 일부를 갚지 않을 수 있도록 결정했다.
형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경리업무를 하던중 형을 대신해 회사가 대출받을 때 보증을 섰다가 회사 부도후 파산선고를 받은 D(34)씨도 최근 채무의 80%를 면제받았다.
◇전망 및 주의점=이들처럼 △사기를 당해 빚을 떠안게 되거나 △남의 채무를 보증하다 파산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앞으로 보다 쉽게 '재량면책'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서울지법 파산부 윤종구 판사는 "그간 면책을 엄격히 적용해 오면서 파산을 회피하려고 더 높은 이자 빚으로 종전 빚을 상환하려다가 상황이 더욱 악화된 사람이 많았다"며 "최근들어 법원이 재량면책을 적극 적용해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채무자들은 법원의 재량면책 활용 방침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된다.
'의도적이고 고의적인' 잘못을 저지른 파산자는 결코 면책 대상이 아니라는 재판부의 기존 입장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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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파산.면책 =소비자 파산제도에 있어 파산선고란 파산 신청을 한 개인이 현재 지고 있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을 법원이 공인한다는 의미다.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은 신원증명서에 파산 사실이 기재돼 공무원이나 변호사,기업체 이사 등이 될 수 없다.
또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수 없고 신용카드도 발급받지 못하는등 사회적.경제적으로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파산이 선고된 사람은 선고 1개월 이내에 면책신청을 법원에 낼수 있다.
면책결정까지 받을 경우 남아 있는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
변호사나 의사 등 각종 자격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 면책결정에 이어 복권 결정까지 받을 경우 파산 선고로 인해 잃어버린 자격을 회복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