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곱빼기와 반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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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이 순간에도 1억5천만명의 어린이가 굶주린다.
'세계개발지수(WDI)2001'은 지구촌 인구의 20%인 약12억명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빈곤에 허덕인다고 지적한다.
세계기구의 통계를 들먹일 것도 없다.
국내의 결식아동은 정부 자료로만도 15만명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 우리는 음식을 너무 함부로 버린다.
한햇동안의 음식물 쓰레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8조원에 이른다고 할 정도다.
실제 가정과 식당 곳곳에서 음식물쓰레기가 흘러 넘친다.
회식 2ㆍ3차에선 안주를 고스란히 남기는가 하면 비싼 양주도 엎질러서 버리기 일쑤다.
음식쓰레기가 이렇게 홍수를 이루는 건 무엇보다 푸짐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모자라는 것보다 남는 게 낫다거나 쫀쫀하게 보이면 안된다는 의식 때문에 필요이상 많은 음식을 만들거나 시키다 보니 결국 버리게 되는 것이다.
회식과 접대 풍토 또한 음식쓰레기의 주범이다.
자원낭비와 막대한 처리비용, 매립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등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려면 어디서든 적정량만 내놓고 조금씩 덜어먹는 게 첫째다.
구내식당에선 칼로리만 신경 쓴 국적불명의 퓨전음식 대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해야 잔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외식업소의 관행 탈피,여성ㆍ아동ㆍ소식가를 위한 양 조절 또한 필수다.
많은 사람들이 저녁식사를 적게 먹으려고 하는데도 대부분의 음식점이 저녁엔 비싸게 받느라 양을 늘린다.
배달되는 탕수육 소스와 피자에 딸린 피클과 핫소스도 남아돈다.
환경부와 아줌마닷컴이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아이디어를 공모했더니 곱빼기가 있으니 반배기도 만들자는 안이 나왔다고 한다.
곱빼기 대신 반배기나 맛보기를 먹으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는데 누구에게나 똑같은 양을 파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자장면과 짬뽕을 조금씩 주는 '짬자면'이나 김치를 항아리에 주고 덜어먹게 하는 식의 아이디어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