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자) 부평공장 처리에 지켜야할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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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 매각을 위한 3차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정건용 총재가 "대우차는 경제논리대로 풀면 간단한데 그렇지 못해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고 고민의 일단을 토로했다.
그는 "부평공장은 청산가치는 2조원,존속가치는 9백억원으로 나왔다"면서 "정치 사회논리가 개입돼 사업성이 없는 부분까지 끼워 팔려다 보니 협상이 잘 안된다"고 했다.
정 총재의 이런 발언은 GM이 제시한 인수가격이 포드가 한때 제시했던 60억 달러의 10분의1에도 못미치는 7천6백억원에 불과하자 헐값 매각시비를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여러가지로 음미해 볼 대목이 많다.
경제논리로만 볼 때는 부동산 가격만 따져도 2조원에 이르는 부평공장의 존속가치가 9백억원에 불과하다면 이를 청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인천지역 경제나 7천3백여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생각해 어떻게든 생존시켜야 한다는 것이 지역여론이다.
이처럼 경제논리와 정치.사회논리가 충돌할 때 현실적으로 경제논리를 채택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다.
그러나 이 경우 분명히 따져봐야 할 것은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규모와 부담주체가 과연 적정하냐는 점이다.
부평공장의 경우 고용유지를 위한 사회적 비용은 청산가치와 존속가치의 차이만 따져도 1인당 2억6천여만원에 이른다.
여기다가 GM측이 요구중인 세제감면,가격삭감 등을 고려하면 사회적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평공장의 경쟁력을 고려할 때 일자리 하나당 2억6천만원이 넘는 사회적 비용을 치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그만한 비용을 들여 다른방법으로 지원하면 근로자에게 더 유리한 것은 아닌지 냉정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비용부담 주체도 문제다.
현재의 구도대로라면 세금감면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매각가격 삭감을 통해 채권단이 고스란히 부담토록 돼 있다.
외국인인 GM이 사회적 비용을 분담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채권단이 사회적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고용을 유지하는 것은 채권단의 주주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비용분담 원칙에 맞지 않는다.
고용유지 비용은 정부나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부평공장 처리문제에 대해서는 채권단에 맡겨둘 일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그만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면서 존속시킬 용의가 있는지를 따져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는 원활한 대우차 매각은 물론이고 매각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