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인근 코네티컷주의 아크메란 렌터카업체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차를 빌려간 고객들이 속도위반 '딱지'를 발부받았을 때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었던 이 회사는 렌터카에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놓았다. 차의 위치를 항상 파악하고 있어야 긴급상황 때 도와 줄 수 있다는 명분. 하지만 속내는 속도위반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급기야 딱지를 받은 고객들은 "사전에 이 장치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회사측은 "계약서에 속도위반의 책임은 고객에게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인들의 관심은 이 소송의 결과가 아니다. 정보기술(IT) 발전으로 사생활침해의 정도가 점점 커진다는 불안감이다. 조지 오웰이 '1984년'이란 제목의 소설에서 말한 모든 움직임을 감청하고 모든 기록이 파악하는 '빅 브라더'의 시대가 실제화 하는데 대한 우려인 셈이다. 미국 언론들이 최근 보도한 뉴스 몇개만 봐도 '빅 브라더 증후군'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일하는 근로자의 3분의 1이 업무내용을 감청당한다 △플로리다주 탐파시는 수배자를 찾기 위해 유흥가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는 얼굴인식카메라를 설치키로 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시는 센서가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신호등에서 빨간불을 무시한 차량 2백70대에 대해 무더기로 '딱지'를 발급했다 △자동차 딜러들이 거래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녹음기와 카메라를 사용한다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로 그들이 집안에서 움직이는 상황을 추적하는 '열 이미지' 시스템이 개발됐다…. 물론 이들 하나하나의 조치는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있다. 때론 생활의 편리성과 안전성을 높여준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이런 가치들이 사생활보호를 앞설 수 있을까. 미국 법원은 '열 이미지' 추적장치를 위헌으로 판결하는 등 사생활 보호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대세를 거스르기는 힘들어 보인다. 사생활 보호에 대한 개념이 미국보다 약한 우리지만 이제는 '빅 브라더'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