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증권 지분 16.6%를 AIG(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 컨소시엄에 직접 매각하지 않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처분권을 위임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AIG 컨소시엄은 현대증권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인수 방식으로 현대증권의 경영권을 넘겨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현대투신증권의 AIG 외자유치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정부-AIG-현대측이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금감위는 과거 현대중공업 등 현대 계열사들이 하이닉스반도체 지분을 채권단에 위탁한 사례를 들며 현대증권 지분 처분권의 채권단 위임 방안을 사실상 시인했다.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지분을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맡길 경우 현대측이 경영권을 확실히 포기하게 돼 정부로선 현대투신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물을 수 있게 된다. 그 대신 현대측에는 현대증권 주식을 담보로 채권단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며 앞으로 현대증권의 주가가 상승할 경우 그 차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현대측의 지분 보유로 인한 특혜시비 우려와 △현대 금융계열사의 계열분리 △현대측의 유동성 확보 등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된다. 한편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직 위탁요청을 받지 않았으며 득실을 따져봐야겠지만 채권단이 수용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