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도자사의 큰 흐름은 중국과 한국이 주도해 왔다. 적어도 17세기까지는 서양인이 동양의 도자기 기술을 따르지 못했다. 한국에선 이미 9세기말께 우리보다 앞선 중국 월주(越州)청자의 영향을 받아 청자를 구워냈다. 전남 강진을 중심으로 고려의 비취색 청자명품들이 만들어진 청자의 절정기는 12세기 전기였다. 조선조에 오면 청자가 쇠퇴하고 청자와 백자의 과도기 단계인 서민풍의 분청사기가 나온다. 15세기 초에는 왕실전용의 백자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이어 청화백자도 등장해 백자 전성기를 맞는다. 상감기법과 분청사기는 중국인도 생각지 못했던 우리만의 고유한 제작기법이다. 지금의 경기도 광주군 종남면 분원리(分院里) 일대는 조선 왕실에 그릇을 공급하던 사옹원의 분원(分院)이 약 5백년간 설치돼 있던 백자의 산실이었다. 분원의 관요에서 구워낸 백자는 거의 다 명품들이다. 96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백42만달러에 팔린 17세기 '조선백자철화용문항아리'의 고향도 여기다. 광주에 인접한 여주는 예부터 질 좋은 백토의 산지로 유명하다. 지금도 생활도자의 60%를 생산하고 있다. 이천 역시 60년대 이후 전통을 부활시킨 3백50여개의 가마가 밀집돼 있어 해마다 가을에 여는 '이천 도자기축제'는 일본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 이천 여주 광주는 전국 도자기 가마의 80%가 밀집돼 있는 한국도자기산업과 예술의 중심지가 돼 있다. '흙으로 빚는 미래'를 주제로 84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도자기엑스포'가 오는 10일부터 80일간 열린다. 주행사장인 이천은 '도자예술과 산업의 전진기지',여주는 '한국 생활도자의 메카',광주는 '조선백자의 고향'이라는 각 지역의 과거 현재 미래에 걸맞은 소주제에 따라 나뉘어 열리는 15개의 전시회가 메인행사다. 세계도자센터(이천) 생활도자관(여주) 조선관요박물관(광주)을 새로 지어 마련한 도자엑스포가 빈틈없이 진행돼 썰렁하기만 한 '한국방문의 해'에 관광객을 끌어들이는데 한몫 하고 경기도가 세계 도자문화와 도자산업의 명소가 되도록 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