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3년 도쿄에서 발생한 `김대중 납치사건'을 소재로 한 일본영화 「KT」가 오는 8일 일본에서 제작발표회를 갖고 본격 촬영에 돌입한다. 「쉬리」「공동경비구역 JSA」등의 일본내 배급을 맡은 영화사 시네카논(대표 이봉우)이 제작하는「KT」는 나카조노 에이스케의 원작 `납치'를 토대로「얼굴」등으로 인기가 높은 사카모토 준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시네카논측은 4일 "지난 73년 8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 후보가 도쿄의 한 호텔에서 돌연 자취를 감춘 사건을 모티브로, 각종 증언과 조사를 거쳐 한일 양국 관련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 등을 사실적으로 그릴 계획"이라며 "아울러 국가간의 이해 관계에 휘말려 파멸해가는 인간의 비극과 우정, 로맨스 등도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배우 최일화가 야당지도자인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 역을, 김갑수가 한국대사관 일등서기관 역을 맡는다. 이밖에 김병세 양은용 등 한국 배우와 사토 고히치, 하라다 요시오, 나카모토 나나 등 일본 배우가 출연한다. 총 제작비는 3억5천만엔이 투입되는 이 영화는 오는 9월 중순 부산에서 1주일간 진행될 `납치 부분' 촬영분을 포함해 석달 가량의 촬영 기간을 거쳐 내년 봄 일본에서 개봉한다. `김대중 납치 사건'은 김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로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던 73년 8월 도쿄의 한 호텔에서 납치돼 한국에 연행됐던 사건으로, 당시 주권을 침해당한 일본 정부는 납치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한국측에 요구했었다. 이에 당시 한국 정부는 진상규명을 거부했다가 납치 사건이 국제 문제로 비화하자 그 해 가을 정치범으로 가택 연금 상태에 놓여 있던 김씨를 석방하고 일본 정부에 사과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지었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