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라톤이 세계선수권 첫 메달 도전에 실패했다. 한국은 4일(한국시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개막된 제8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첫 경기로 펼쳐진 남자마라톤 42.195㎞ 풀코스에서 이봉주(삼성전자)가 레이스 도중기권하는 등 출전선수 3명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보스턴마라톤 챔피언 이봉주는 25㎞까지 선두그룹에서 역주, 기대를 부풀렸으나 승부처로 삼았던 26㎞ 오르막에서 갑작스런 다리 근육통으로 페이스를 잃은뒤 31㎞ 지점에서 끝내 레이스를 포기했다. 임진수(코오롱)는 2시간23분16초로 22위에 올랐고 `2인자' 김이용(상무)은 5㎞를 지나면서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처지며 54위(2시간33분28초)에 머물렀다. 93년 제4회 슈투트가르트대회 때 김재룡(한전)이 4위에 오른 게 역대 최고 성적인 한국마라톤은 이로써 83년 세계선수권 출범 후 18년간 `노메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게자헹 아베라(에티오피아)는 사이먼 비워트(케냐)와 손에 땀을 쥐는 막판 스퍼트 싸움 끝에 2시간12분42초로 비워트를 1초차로 제치고 6만달러의 우승상금을 차지했다. 아베라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석권한 첫 마라토너로 기록됐고 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3회 연속 마라톤 금메달을 따냈던 에티오피아는 세계선수권 금메달의 갈증을 풀었다. 35㎞지점부터 비워트과 엎치락 뒤치락 선두다툼을 벌이던 아베라는 골인지점을 200m 남기고 혼신의 스퍼트로 마침내 단독 선두로 나서 커먼웰스스타디움을 가득메운 4만관중을 열광시켰다. 스테파노 발디니(이탈리아)는 2시간13분18초로 동메달을 땄고 일본은 아부라야 시게루가 2시간14분7초로 5위에 오르는 등 출전선수 4명이 12위권에 진입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섭씨 28도의 무더위 속에 출발한 이날 레이스에서는 이봉주를 비롯 세계최고기록 보유자 할리드 하누치(미국)와 '96애틀랜타올림픽 우승자 조시아 투과니, 거트타이스(이상 남아공) 등 우승후보들이 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중도 기권했다. (에드먼턴=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