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순익이 급감한 일부 기업들이 경쟁사 인수에 나서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버리고 줄이는 데만 온힘을 쏟아야 한다는 불황기업들의 '상식'에 반하는 경영이라 할만하다. 상식파괴 경영에 나서는 기업으로는 휴렛팩커드 시스코시스템스 모토로라 아메리트레이드 테라다인 AOL타임워너 등이 있다. 대부분 이번 2분기에 막대한 손실을 봤거나 순익이 급감한 기업들이지만 인수합병을 통해 핵심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불황때는 사업을 다양화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게 좋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는 것이다. 최근 6천명의 감원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감량경영에 나선 휴렛팩커드는 정보기술(IT)서비스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인수합병에도 열심이다. 최근 컴디스코의 컴퓨터서비스사업 부문을 6억1천만달러에 사들이기로 결정한데 이어 스토리지애프스를 인수키로 한 것. 지난 2분기에 7억5천9백만달러의 적자를 낸 모토로라도 4천명 추가감원을 발표하는 등 긴축경영에 나서는 한편 주력사업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라우터 업체인 리버델타를 인수해 광대역 네트워크사업 강화에 나선 것. 지난 2분기에만 31억1천7백만유로의 적자를 내 최근 1백여개 공장 매각을 발표했던 프랑스의 통신장비업체인 알카텔도 최근 계열사인 알카텔옵트로닉스를 통해 키마타를 인수했다. 키마타는 수동형 광부품 전문업체이고 알카텔은 능동형 광부품에 강해 기술결합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해 온 시스코시스템스는 26억9천3백만달러의 적자(2분기)를 낼 만큼 수익성이 악화돼 인수합병을 크게 줄였지만 네트워크 장비라는 주력분야를 위주로 꾸준히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최근 알레그로시스템스를 인수한 이 회사는 오로라네틱스의 인수도 추진중이다. 특히 주력분야와 거리가 있다고 판단된 uONE이라는 계열 소프트웨어업체를 네덜란드의 CMG에 팔았다. 아메리트레이드는 최근 사이버주식거래 관련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최근 도이체방크로부터 온라인 브로커인 내셔널디스카운트브로커그룹을 인수하기로 했다. 아메리트레이드는 3분기(회계연도 기준)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98% 줄어든 7만달러의 순익을 남기는 등 수익성 악화로 올 들어서만 7백50명을 감원했던 기업이다. 미국의 반도체검사장비 업체인 테라다인은 경쟁사인 겐라드를 부채 8천5백만달러를 떠안으면서 1억7천5백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4개월전 6백50명 감원을 발표할만큼 수익성이 안좋은 업체가 시행한 조치로 보기에는 이례적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