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은 '生'을 빚는 곳 .. 도자기엑스포행사장에 대형가마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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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일 개막하는 '2001 세계도자기엑스포' 광주행사장의 조선관요박물관 인근에 이상하게 생긴 '무덤'이 하나 있다.
끝이 감투모양으로 생긴 데다 높이도 4m에 달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작품은 사실 무덤이 아니라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작가 박유아씨가 세계도자기엑스포측의 초대를 받아 설치한 무덤처럼 생긴 대형가마다.
작가는 '무덤-생성의 공간'이라는 주제로 한달여의 작업끝에 대형 도자가마 양식의 입체공간을 완성했다.
이화여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박씨는 하버드대학원에서 동양미술사를,컬럼비아대학원에서 드로잉을 배웠다.
수묵을 통한 인체드로잉에서 출발한 그는 20여차례에 걸친 국내외 전시를 통해 입체 설치 도조 등 다양한 실험세계를 보여줬다.
이번에 설치한 조형물의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5평이 넘는 실내공간에 도자를 구울 수 있는 가마터가 만들어져 있다.
작가는 도자기를 굽는 터의 형태가 무덤양식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장작이 다 타서 재가되면 새로 태어나는 게 도자기"라는 작가의 말처럼 무덤은 죽음과 삶이 만나는 장소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작가는 무덤을 장작을 태우고 도자기를 재생시키는 '생성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업에는 인부,광주지역 도예가,인근 소머리국밥 여주인 등 1백17명의 공동창작자가 동원됐다.
1백17명은 현재 들어선 조선관요박물관이 조선시대 마지막 관요터로 1백17년 전에 폐쇄됐다는 기록에서 따 온 것이다.
작가는 이들이 각자 흙으로 만든 손 작품을 구워 실내 공간에 전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가마만들기에서 흙성형작업 불때기 유약작업 등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물을 모니터를 통해 공개한다.
이 조형물은 10월말 도자기엑스포가 끝난 후에도 그 자리에 영구 전시된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