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경제 체제인가] (4) '도덕적 해이'..툭하면 公자금 퍼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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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중인 진도그룹 회장 회사 돈 51억원 유용"
"10조원 공적자금 받은 한빛은행 직원들 올 상반기에만 1백40억원 횡령"
"퇴출된 신협 간부 예금보험공사에 있지도 않는 예금을 대지급해 달라며 사기 소송"
올들어서만 적발된 기업과 금융회사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사례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모럴해저드란 말은 유행어가 돼버렸다.
그만큼 모럴해저드가 만연했다는 반증이다.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공짜'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모럴해저드는 자신이 져야할 책임을 회피하고 공짜로 때우려는 것이다. 기업이건 금융회사건 개인이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욕구다.
문제는 이들이 챙길 수 있는 공짜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대표적인게 공적자금이다.
정부는 부실 금융회사 처리를 위해 금년말까지 총 1백60조원 이상(회수분 재투입 포함)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정부예산 1백1조원보다 60조원 가까이 많은 돈이다.
물론 구조조정을 위해 불가피한 부담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공적자금이 얼마나 제대로 쓰였는지는 별개 문제다.
박승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은행이나 수협 등 공공 금융회사들은 기왕에 공적자금을 받을 바에야 어떤 식으로든 많이 받으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민간 회사엔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대주주가 소유권을 뺏기기 때문에 그런 경향이 덜하지만 '주인 없는' 금융회사들은 공적자금을 '공짜자금'으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공적자금을 집행하는 정부도 경제논리는 도외시한 채 '퍼주기 식'인 경우가 많다.
지난 4월 1조1천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수협이 그렇다.
예보 관계자는 "수협 신용부문은 청산을 하는게 비용이 적게 들지만 시장충격이나 지방정서 등을 고려해 어쩔 수 없었다"고 실토했다.
공적자금뿐 아니다.
논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정부가 올해부터 1㏊당 20만∼25만원씩을 지급하는 '논농업 직불제'도 마찬가지다.
쌀 생산기반 확충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었지만 경쟁력 없는 산업에 정부가 공짜돈을 뿌린 예임에 틀림없다.
실제 농사를 짓지도 않는 일부 지주들이 서류를 조작해 그 돈을 챙기는 모럴해저드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
이렇게 보면 모럴해저드의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공짜돈'을 없애는 것이다.
"모럴해저드에 빠진 기업이나 금융회사 등을 비난할게 아니다. 공짜돈을 남발해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모럴해저드를 유발시키는 정부부터 반성해야 한다"(홍기택 중앙대 교수)
기업 금융 등에 무분별하게 간섭하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공적자금으로 메워주는 정부의 모럴해저드부터 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모럴해저드의 근본 치유는 정부가 여전한 관치금융이나 기업규제에서 손을 떼고 시장규율 감시자로서의 제 역할만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