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중인 고합의 사업재조정안이 채권단 동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고합의 분리매각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채권단은 고합을 핵심(석유화학) 및 비핵심(화학섬유)사업으로 쪼개는 분리매각 방안을 11월까지 확정한 뒤 이후 비수익사업을 중국 등에 매각하거나 청산할 방침이다. ◇채권단 방침=고합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은 5일 고합의 분리매각을 위해 외부 실사기관을 선정하는 방안에 대한 서면결의에서 채권단이 75% 이상 찬성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곧 외부 용역기관을 선정,고합의 사업수익성을 실사한 뒤 구체적인 분리매각 방안을 만들어내도록 할 계획이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고합의 워크아웃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매각을 추진키로 했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실사결과가 나오는 11월쯤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이 됐던 채권단의 추가 출자전환 문제는 논의된 바 없고 실현 가능성도 없다고 채권단은 덧붙였다. ◇분리매각 방안=채권단이 지난 7월 사업재조정안을 한 차례 부결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고합의 회생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은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의 의뢰를 받아 고합의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던 베인앤컴퍼니의 방안대로 고합의 비핵심분야인 섬유사업부 5개는 조기 매각되거나 가동 중단되고 핵심분야인 유화사업부 4개만 살아남을 것이 확실시된다. 채권단은 뉴컴퍼니를 세운 뒤 고합의 '돈 되는 사업'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이 회사에 넘기고 나머지는 매각·청산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의왕·울산에 있는 화섬 설비는 수익성이 있는 페트칩(PET CHIP) 등 몇개 품목을 제외하고 대부분 고합의 중국 칭다오(靑島)법인으로 오는 2004년까지 이전,'크로스 보더(Cross Border)형 구조조정'을 실현할 방침이다. 칭다오 공장은 설비를 넘겨받는 데 대비해 공장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나 고합 본사 노조원들의 반대로 차질을 빚어왔다. 고합이 안고 있는 부채가 3조원에 달해 고합이 채무재조정 없이 분리매각이라는 '한쪽 카드'만으로 완전 정상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구학·김준현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