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입기업의 증가는 경제성장률이 저성장기조로 돌아선 것과 맥을 같이한다. 경기불황에 따라 영업활동만으로 금융비용 이상의 이익을 내기가 힘들어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를 기피하고 무차입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차입경영은 무분별한 투자를 줄여 자금흐름의 왜곡을 막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또 내실경영에 치중하다 보면 자금의 효율적 배분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무차입경영 바람과 보수적 투자자세의 견지등은 바람직해 보인다. 경기전망 자체가 워낙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재무리스크 회피 성향은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선택일 수 있다. 개별 기업들의 경우 고정비를 감당할 이익 창출이 힘든 상황에서 현금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무차입경영은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빠를 경우 국내 기업들의 성장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IMF(국제통화기금) 대우사태 등 암흑의 터널을 지나오다 보니 위험회피성향이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일부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비롯해 IMF를 겪지 않은 신흥국가들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특히 IPO를 잘해서 현금을 쌓아둔 코스닥기업들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코스닥기업이 적절한 투자로 수익모델을 보강하지 않고 이자놀이로 자족하고 있는 점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신후식 < 대우증권 경제조사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