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P의 양산기술은 일본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다. 그러나 원천기술이 없다는게 문제다"(최규종 산업자원부 반도체전기과 사무관) "우리는 응용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로열티 비용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문영탁 LG전자 DTV사업부 차장) 한국 DT(Display Technology) 산업의 현주소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를 위해선 기술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장비와 부품의 국산화도 커다란 숙제다. ◇ 대형화에선 세계 최고 =물론 한국의 DT산업은 그동안 눈부실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특히 완숙 시장인 CRT(컬러TV브라운관) 분야에서는 시장점유율과 생산성에서 세계 1위다. 완전평면TV 제조에 필요한 텐션(Tension)과 폼드마스크(Formed Mask)의 세계 표준을 거머쥐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에서도 세계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는 평가다. 벽걸이TV용 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도 출발(상용화 시점)은 5년정도 늦었지만 대형화에서는 일본업체들을 따라 잡았다. 일본 NEC가 최근에야 61인치 PDP 패널을 내놓은데 비해 LG전자는 60인치 PDP TV를 이미 시판중이다. 삼성SDI는 지난 4월 세계 최대인 63인치 PDP 패널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유기EL도 비슷하다. LG전자와 삼성SDI는 작년에야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87년 유기EL소자를 개발한 미국의 이스트만코닥,97년 녹색 유기EL을 상품화한 일본 파이오니아보다 늦게 참여했지만 양산시점을 놓고는 일본 ELDIS(파이오니아와 일본반도체연구소의 합작사)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 기술을 선도해야 =PDP의 경우 양산기술에서는 일본업체와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다는게 정부와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막대한 로열티 부담. 문영탁 LG전자 차장은 "해외 업체들이 원천특허를 가지고 있고 이는 20년간 유효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로열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국내 최초로 PDP 양산체제를 갖췄지만 일본 FHP(후지쓰 히타치 합작법인)보다 기술개발이 4년 늦은 탓에 원천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주고 있다. 유기EL도 삼성SDI가 다음달 세계 최초로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미국 코닥에 원천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형편이다. 문 차장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응용기술의 개발이다. 우리도 특허를 받을 만한 응용기술을 개발해야 일본 등 경쟁업체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깎이는 경쟁력을 만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규종 사무관은 "R&D(연구개발) 수준인 우리나라 기술을 양산으로 이어지도록 만들려면 산.학.연이 투자비용을 공동 부담해 활용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 시급한 장비 부품 국산화 =디스플레이 업계가 장비와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는 정도는 60%에 달한다. PDP의 전용유리는 일본 아사히글라스에서 사다 쓴다. TFT-LCD의 구동칩은 전량 일본산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설비를 안 주겠다고 하면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험을 항상 안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SDI와 유기EL 개발장비를 공동개발한 ANS의 한 관계자는 "국내 회사들은 단독으로 장비를 개발할 현금 여력이 없다"고 지적하고 "유기EL같이 일본과 한국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산업은 정부 대기업 장비회사가 협력해 개발에 참여해야 일본에 의존하는 관행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