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파업...울산경제 '신음' .. 화섬3社 두달째 '벼랑끝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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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과 고합 태광산업 등 울산지역 화섬 3사와 일부 시내버스 업체의 파업이 끝간데 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이들 회사의 분규가 길게는 두달째,짧게는 3주째로 접어들면서 산업 손실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공장주변 경기는 하강곡선,시민 불편지수는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따라 시민들은 조속한 노사대화재개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공장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기나긴 분규터널=지난 6월5일 노조의 공장 점거에 맞서 공권력이 전격 투입된 효성 울산공장.
6일로 부분파업 61일째를 맞는 이 공장의 정문에서는 이날 오전에도 경찰과 노조원간의 칼끝 대치가 어김없이 펼쳐졌다.
노조원들은 경찰병력 투입 이후 회사 진입과 근로자 출퇴근 저지 등을 시도하며 마치 일과처럼 경찰과의 충돌을 반복하고 있다.
같은달 12일 전면파업에 들어간 태광산업·대한화섬 노조는 회사측이 오는 24일 4백70여명의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하면 무력충돌도 불사하겠다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인근 고합 울산1단지 노조는 화섬 설비의 중국 이전에 반발,54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일부 회사는 분규가 계속되자 노조원들의 봉급 가운데 그간의 손실분 1백억원(효성 50억원,태광·대한화섬 50억원)을 가압류해버렸다.
노조원들은 이에 반발,경남은행 등 거래은행의 각 지점에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학성여객 등 시내버스 3사 노조가 지난달 15일부터 2백13대의 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시민 불편을 가중시켰다.
전세버스 등이 대체 교통수단으로 투입됐으나 그마저 기사 과로 등을 이유로 지금은 70대중 절반만 운행되고 있다.
◇점점 커지는 파장=공장 주변 식당과 주점 등은 두달전까지만 해도 손님들로 붐볐으나 분규가 길어지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다.
아예 문을 닫거나 이사갈 채비를 하는 업소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1만여 조합원 가족들의 시름도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효성의 한 노조원 부인은 "여름 휴가갈 생각은 접은지 오래고 파업과 관련해 언제 남편이 잡혀갈지 몰라 잠을 못이룰 정도"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분규로 인해 구속된 화섬 3사 노조원들은 27명에 달한다.
파업 장기화는 필연적으로 해당 회사와 협력업체들의 매출 손실을 야기했다.
화섬 3사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매출 손실은 4천여억원.
하지만 태광산업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스판덱스,나일론 원사 등 화섬 거래업체들이 거래선을 끊고 다른 경쟁사로 떠나 경영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게 더욱 큰 문제"라고 걱정했다.
◇접점은 없나=그러나 공권력은 더 이상 '제2의 효성사태'를 원치 않는 것 같다.
노사간 자율적인 타결을 촉구하며 정면 충돌만 막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야음동에 사는 주민 신모(49)씨는 "불과 한달전에는 화섬공장 노조원들의 가두시위로 도심교통을 마비시키더니 이젠 시내버스까지 시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며 "왜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울산기능대 박광일 평생교육원장은 "심각한 것은 현재의 노사분규가 감정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노·사·정이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타결점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