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장세 다시 오나..저금리로 시중자금 證市 '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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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금융)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증시및 경기 바닥론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초에도 유동성 장세의 성격을 띤 단기 랠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금리가 더 떨어져 여건 자체는 성숙해진 상태다.
유동성장세가 올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은행권 예금금리와 채권수익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어 "시중 자금이 몰릴 곳은 결국 증시뿐"이라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을 경우 올 연초 처럼 반짝 장세로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동성 장세 조짐=은행권의 예금금리가 4%대에 진입,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열렸다.
이달중 미국과 한국의 추가 금리 인하도 예상된다.
반도체 '바닥론'을 시작으로 경기 회복론이 다시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수출 비중과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 효과를 감안하면 반도체 경기 회복은 전체 산업으로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주식 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도 지난 3일을 기준으로 7조8천5백15억원에 달해 지난달말(7조6천4백44억원)보다 2천71억원 늘었다.
기관·외국인자금 및 미수신용대금 등을 뺀 순수고객예탁금도 지난달 하순부터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약하지만 '큰손'들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SK증권 이성환 강남지점장은 "주가가 520선에서 바닥을 쳤다는 믿음이 고객들 사이에 퍼져있다"면서 "최근 '큰손'들의 투자문의가 부쩍 늘었으며 주로 삼성전자 SK텔레콤 하이닉스반도체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과 금융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 비하면=서울증권 분석에 따르면 종합주가지수가 처음으로 1,000포인트 고지에 오른 지난 89년 이후 최근까지 금융 장세적 성격의 유동성 국면은 7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중 실제 실적장세로 연결된 유동성장세는 92년 8∼9월과 98년 10∼12월 등 두차례에 불과했다.
두 시기 모두 금리의 기존 저점이 경신되며 사상 최저수준으로 하락했고 미국 금리 인하와 달러화 약세,국제 원유가 안정 등에 힘입어 국내외적인 경기 회복이 뒤따랐다.
최근엔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업종 경기의 회복이 4·4분기 이후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늘고 있다.
금리는 사상 유례없이 낮아졌고 달러화 강세의 둔화 조짐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대이지만 감산에도 불구하고 국제원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3·4분기 후반으로 갈수록 물가도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 견해=금융장세의 여건은 성숙됐지만 향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실적장세로 이어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들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부장은 "지난 1월보다 금리가 더 떨어져 유동성장세에 대한 조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경기 회복에 대한 중간 지표가 나타나야 실적장세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장은 "하이닉스반도체의 주가가 1천원대로 추락하고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경기가 34년만에 최악인데도 증시에서 자금이 안 빠져나갔다는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과거처럼 특정 업종이나 테마군이 무차별 상승하는 유동성장세보다는 종목별 제자리 찾기를 통한 실적장세가 가미된 유동성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서울증권 박상욱 연구원은 "저금리 기조와 경기 회복 기대가 퍼져있는 현 장세가 유동성장세의 초입단계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IT(정보기술) 등 경기관련주와 금융주에 대한 저가 매수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