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방경직성의 신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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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지수가 닷새째 상승했다.
메릴린치의 반도체 바닥임박론이 대두되면서 반등했던 시장이 하방경직성을 보이면서 호재찾기에 한창이다.
그러나 8월 1일 이래 상승폭은 현저히 줄고 있다. 특히 매수주체인 외국인은 나흘만에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발을 뺐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삼성전자는 등락 국면으로 들어서며 지수상승을 추동해 내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아흐레째 순매수했으나 매수매도간 세력이 양분되며 규모도 줄었다. 주가는 20만원대의 대기매물이 앞을 막아서며 상승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
국민·주택으로 대표되는 우량은행주에 대해서도 외국인은 차익실현에 나서며 최근 상승의 한 축에 무너뜨리고 있다. 금리인하와 실적호전, 은행합병간의 합병 등의 재료가 반영됐다.
시장 한켠에서는 급락 우려감에서는 벗어났다고 평가하고 뭔가 '계기'가 있으면 바로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다른 한켠에서는 다시 매수주체 부족, 주도주 부재, 재료 공백이라는 이른바 '삼무'(三無) 장세로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조바심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종합지수는 지지난주 512를 저점으로 반등한 뒤 지난주 530∼540선을 바탕으로 560대까지 내달으며 5일 이동평균선이 20일선을 돌파하는 단기 골든크로스가 발생했다.
그러나 120일과 이격도를 줄였으나 나흘째 120일선이 걸쳐있는 570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580선 부근의 60일선까지 내달으려던 기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시장관계자들은 당분간 종합지수는 550에서 580선 박스권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장주의 대명사인 반도체 업종의 바닥론까지는 수긍했으나 여전히 반등 또는 회복시기에 대한 전망은 없기 때문이다.
◆ 멀어지는 경기모멘텀 = 이제나 저제나 고대하는 경기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은 국내외적으로 자꾸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정부는 연말까지 10조원의 재정집행을 골자로 하는 경기활성화책을 내놓았다. IT관련 중소벤처에 3,000억원 이상을 출자해 투자하겠다는 투자안도 내놨다. 대우차 구조조조도 3/4분기 안에 마무리짓는 쪽으로 유도키로 했다.
그러나 7월 수출은 사상 최대의 감소폭을 보였고, 이달들어 5일까지 무역적자는 지속되고 있는 등 3/4분기 역시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은 있을 것 같지 않다.
달러/원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가에 유인책이 되고 물가안정에는 기여할 수 있겠으나 수출과 수출채산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외환당국이 나서 구두개입을 하면서 1,280원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막고 있으나 매도심리가 강해 박스권 하향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분간 1,300원대 이상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경기와 관련해 일본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이날 일본의 6월 경기선행지수는 37.5로 5월 70.0에서 급락했다. 2개월만에 기준선이 50 이하로 떨어져 경기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어졌다.
특히 경기동행지수는 31.3으로 6개월 연속 50을 밑도는 수준으로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더욱 더 주의가 요구된다"고 경기침체에 대한 경각심을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 미국 경제도 우울, 증시는 하방경직성 = 미국 경제는 최근 2/4분기 GDP 성장률 예상치가 0.7%로 8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공표했다.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경제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 일곱 번째 금리인하를 시사하면서 시장충격을 완화해 줬지만 희망론은 4/4분기나 그 이후로 미뤄야만 했다.
지난주 7월 실업률이 4.5%로 발표된 뒤 다소의 안도감 속에서 8월 금리인하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의견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경기회복이나 실적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낮아졌다.
지난 4일 로이터통신이 실업률 발표 직후 조사한 금리전망과 관련해 FRB의 공개시장조작에 참여하는 25개 기관의 채권 발행시장 딜러들 중 16명이 8월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 16명은 8월 금리인하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10월중 추가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는 응답이 7명한테 나와 아직까지 '언제까지 금리인하가 이어질 것이냐'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으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톰슨 파이낸셜/퍼스트콜의 S&P 500 편입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따르면 4/4분기가 돼도 실적 회복은 없을 것이는 전망이어서 월가는 이미 올해 안의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접는 눈치다.
물론 여전히 여섯차례의 금리인하와 세금 감면 효과를 기초로 몇 개월 안에 경기회복 사인이 나오고 실적 개선 기대감도 다시 생길 것이라는 예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 상무부가 2/4분기 GDP의 급격한 위축과 1998년 이래 2000년까지봉藥活?낮춘 뒤 이번주 발표될 노동생산성 지표 역시 하향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생산성 지표가 지난 지표이긴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기업실적과 내재가치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생산성이 낮아질 경우 주식시장에 변동성을 가져달 줄 것이라는 우려감을 배제할 수만은 없다.
더욱이 생산성 약화는 지난 1990년대 '인플레 없는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주면서 '신경제론의 패러다임'을 형성해 왔다는 점에서 지난해 이래 '버블 붕괴' 이후 새로운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경제를 주장하는 일단의 극단론자들이 '이제 경기사이클은 없다'는 주장을 했던 것을 상기하면, 그 반대편의 냉소론자들은 '기적은 단기 신기루일뿐'이라며 역공을 취할 태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물가는 여전히 유가안정을 바탕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소비나 주택 등 금리인하와 밀접한 부문을 중심으로 상대적인 견조함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바닥권을 헤매고 회복 사인이 혼조국면이긴 하지만 수개월 안에 회복론을 꿈꾸는 믿음도 여전히 있다. 증시에서는 적어도 많이 오르지는 못해도 낙폭과대 인식에 하방경직성을 보여줄 것이라는 세력이 많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