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0:27
수정2006.04.02 00:29
'여러분,앞으로 책상 위 PC앞에서 손으로 얻은 자료는 내게 보여주지 말고 신발끈 동여매고 발로 얻은 자료만 보고하시오'
오늘 아침 간부회의에서 지시한 내용이다.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사장의 한 사람으로서 바로 그거야 하고 나에게 일침을 가해준 책이 있다.
'돈 안쓰고 돈버는 래디컬 마케팅'(샘 힐·글렌 리프킨 지음,강명주 옮김,한국경제신문,1만3천원).
생소한 마케팅 제목으로 호기심을 자극한 책이었다.
돈 안쓰고 돈번다는 부분도 솔깃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책을 펼쳤다.
다소 이론적인 도입 부분을 지나 본격적인 래디컬 마케팅이 무엇인가와 실질적인 실례를 보여주는 제2장부터는 절로 책장이 넘어갔다.
과연 그래 하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어나갔다.
시장조사하지 말라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에서는 우선 시장조사부터 한다.
그러나 시장조사란 어찌 보면 시장의 평균치를 구하는 것일 뿐이다.
예를 들어 홍차에 대한 고객설문 조사에서 따뜻한 홍차를 좋아하는 사람,찬 홍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눠질 때 시장조사는 십중팔구 그 중간치인 미지근한 홍차를 개발하도록 분석할 것이다.
과연 팔릴까….
더구나 대기업들이 엄청난 자금력으로 시장조사며 광고나 홍보로 거세게 몰아붙일 때 우리같은 중견기업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데도 말이다.
제9장에 나온 버진 애틀랜틱 항공사의 대표이사 브랜슨 회장의 래디컬한 마케팅 전술은 참으로 감명적이다.
새로운 비행기가 처음 출항할 때 기내에서 직접 고객에게 와인을 따라주며 대고객 서비스에 앞장서는 모습은 같은 경영자의 한사람으로서 본받아야 할 대목이었다.
또한 보스턴 맥주와 스냅온 공구사의 예에서 나왔듯이 모든 마케팅 직원들이 직접 고객을 만나기 위해 대리점들을 찾아 헌신적으로 뛰어 다니면서 고객의 불편한 점을 개선해가는 모습은 참으로 '맞아! 그래야 해!'하고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이제는 래디컬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여러분,책상 앞에서 머리만 굴리지 말고 직접 현장에서 대리점 사장들과 직원들을 만나십시오.그리고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들어보시오'라고 다시 한번 간부회의에서 강조했다.
정영수 서통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