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은 10조원 규모의 재정자금 조기집행과 규제완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경기대책을 추진하겠다고 7일 발표했다.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의 틈바구니에서 엉거주춤해 왔던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강구하기로 했다는 것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 내용면에서는 재탕 삼탕에 그쳐 경기부양에 어느정도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연초부터 몰아닥친 세계적 불황으로 이제 우리 경제는 구조조정이 먼저냐,경기부양이 먼저냐를 따지고 있을 만큼 한가롭지가 않다. 수출은 5개월째 감소세를 보이더니 그 감소폭이 20%로 추락해 67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설비투자는 깊은 잠에서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생산현장은 감산 도미노와 감원 등 우울한 소식으로 가득하다. 이러다 보니 산업생산이 32개월만에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경기가 회복되기는커녕 바야흐로 불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정부의 경기대응 노력은 지나치게 안이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거듭되는 불황도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근거없는 하반기 회복론을 펴면서 재정자금 조기집행 이외에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나마 재정자금 조기집행도 서류상으로만 이뤄져 재정이 되레 경기위축을 가속화시켰다는 지적도 있고 보면 사실상 경기침체를 방치해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번 경기대책도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감세 추경편성 등 적극적인 재정운영은 외면한채 3·4분기가 다 지나가는데도 조기집행 타령만 계속하고 있는데다 규제완화도 기업들의 투자촉진으로 이어질 만한 획기적인 내용이 포함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 볼 일이다. 다만 이자보상 배율이 양호한 기업에 대한 부채비율 2백% 규제완화를 검토키로 한 것은 큰 진전이라 본다. 사실 환란 직후 허겁지겁 도입된 부채비율 2백% 같은 획일적인 규제를 4년째 지속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증자에 따른 주식시장 위축은 물론이고 신규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진작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정부는 대기업 개혁의 전부인양 금과옥조처럼 여기면서 부작용을 애써 외면해 왔다는 점에서 이를 완화키로 한 것은 다행이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회복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다 적극적인 경기대책을 제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