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들 '경제관료 영입' 붐] 김인호.이건춘.김영섭.추준석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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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법률회사)들이 최근 전직 고위공직자들의 영입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제부처 장·차관급 출신은 물론 청와대 비서진,정부 산하 투자기관장,대사 등이 '러브콜'을 받고 잇따라 로펌행 열차에 오르고 있다.
이달초에는 정부내 대표적 '금융통'중 한사람으로 꼽혔던 이정재 전 재경부차관이 율촌에 둥지를 틀어 '화룡점정'을 이뤘다.
한 로펌 관계자는 "법률적 지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한 자문서비스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를 위해 로펌마다 현직에서 물러난 '특A급 공무원'들을 스카우트하는 사례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누가 로펌에 갔나=전직 고위 관료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세종이다.
세종은 지난 4월 부설연구소인 '시장경제연구원'을 설립하면서 전직 고위 공직자들을 무더기로 모셔왔다.
청와대 경제수석과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한 김인호씨가 연구원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백원구 전 증권감독원장,김태준 전 특허청장,신억현 전 서울은행장 직무대행,신무성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 등이 참여중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 1일 이정재 전 차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행시 8회인 이 전 차관은 재무부 금융정책과장과 이재국장,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금융통'으로 유명하다.
태평양에는 지난 2월 이건춘 전 건교부 장관이 합류했다.
이정재 전 차관의 형인 이명재 전 서울고검장도 7월부터 태평양의 고문직을 맡고 있다.
태평양에는 이미 김영섭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수동 전 특허청장,추준석 전 중소기업청장,홍세표 전 외환은행장 등이 고문으로 활약중이다.
한미와 합병한 광장도 최근 한승헌 전 감사원장과 박준서 전 대법관을 고문으로 임명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의 경우 구본영 전 OECD 대사 등이 몇년 전부터 고문으로 각종 자문을 해주고 있다.
◇왜 모셔올까=한마디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변호사가 갖고 있는 단순한 법률 지식만으로는 '입체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거물'들이 공직사회에서 얻은 실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종합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야만 고객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로펌 변호사들은 행정기관의 각종 신청서를 작성하거나 관청의 유권해석 경향 등을 파악할때 이들의 자문을 받으면 보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반독점과 담합 등 공정거래 사건이나 금융 세무 관련 법률 수요가 늘고 있어 이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한 조언도 받을 수 있다.
세종의 경우처럼 신규 기업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전직 고위 관료들이 중심이 돼 기업들이 보다 쉽게 영업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기업 고객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정·관계 로비용'으로 영입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의혹설'의 신빙성은 높지는 않다.
율촌의 윤세리 변호사는 "로펌은 업무 특성상 정부의 인·허가 등을 받아야 하는 업무가 거의 없다"며 "이 때문에 '로비스트'를 고용할 이유도 없다"고 단언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