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하한기를 틈타 민생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귀향활동을 벌였던 의원들이 여의도 정가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원들은 언론 세무조사 등 정치현안은 제대로 꺼내지도 못했으며,"카지노 이외에는 잘되는게 없다"는 혹독한 질책만 듣고 왔다고 전했다. 특히 의료보험 및 국민연금 부담이 대폭 늘어난데 대한 불만이 컸다는게 공통된 시각이다. 민심탐방을 위해 지난 1일부터 이틀간 택시기사로 나섰던 한나라당 이병석(경북 포항북) 의원은 "지역주민들이 정치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고 손사래를 쳤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왠 짜증나는 얘기냐"는 손님이 절반을 넘었다는 것이다. 같은 당의 최연희(강원 동해삼척) 의원은 "의약분업으로 왜 환자들을 불편하게 하느냐"는 지역민들의 원성에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처방전에 적혀 있는 약을 찾아 약국을 돌아다녀야 하고,병원에서는 2~3일치 처방전만 지어줘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경기부진으로 "3천만원짜리 건설공사에 50개 이상의 업체들이 달려들 정도"라며 "강원도에서 불황을 모르는 곳은 카지노가 있는 정선뿐"이라고 귀띔했다. 민주당 박주선(전남 보성.화순) 의원은 현 정부에 대한 지역구민들의 "애증이 교차"함을 체험한 케이스. 노사갈등이나 언론사 세무조사 등 탈지역적 현안에 대해선 정부의 대응에 지지를 보냈으나,전남도청 이전 대목에 가선 태도가 180도 바뀐다고.광주 인근의 화순 담양 장성지역은 도청이 무안쪽으로 옮겨갈 경우 공동화 현상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전했다. 경기 지역은 대우차 해외매각과 판교신도시 개발이 최대 현안이었다. 민주당 송영길(인천 계양) 의원은 "대우차 헐값시비는 관념적 얘기"라며 "대우차 근로자들은 어떻게든 빨리 팔리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고,같은 당 이윤수(경기 성남수정) 의원은 "벤처단지 평수 문제로 판교개발 자체가 주춤하는 것을 안타까와 하더라"고 전했다. 이밖에 민주당 박병윤(경기 시흥) 의원과 한나라당 임태희(경기 성남분당을) 의원은 외국인 근로자 문제를 긴급 현안으로 제시했다. 박 의원은 "시화공단에 들어서 있는 업체가 2천4백개여개나 되는데 불법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단속을 완화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친다"고 밝혔다. 김병일.윤기동 기자.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