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 판권이 미국내 논픽션 사상 최고액인 1천만달러에 팔렸다는 보도다. 클린턴 회고록의 주가가 이처럼 높은 건 재임기간중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회고록은 자서전과 마찬가지로 한 개인의 지나간 삶에 대한 서술뭉치다. 자서전이 개인사에 치중되는데 비해 회고록은 필자가 살아온 시대및 사회적 현실을 중심으로 삼게 된다. 따라서 구미의 정치가는 은퇴하면 으레 회고록을 내놓는데 처칠의 '제2차 세계대전'(6권,1953년 노벨문학상 수상)처럼 본인이 직접 쓰는 것도 있고 목격자가 자료를 바탕으로 대필하는 것도 있다. 자서전과 회고록이 대접받는 첫째 요인은 기록성이다.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배경이나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는 데는 현장에서 그 일을 직접 겪고 수행한 사람의 기술만한 것이 없는 까닭이다. 퓰리처상에 자서전 부문이 포함돼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97년 자서전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한 캐서린 그레이엄 전 워싱턴 포스트 발행인은 '개인의 역사'라는 자서전을 통해 평범한 주부였던 자신이 워싱턴포스트 경영을 맡게 된 경위와 워터게이트 사건의 전말을 소상하게 적었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회고록 내지 자서전이나 자전에세이를 출간한다. 가수 윤복희씨는 97년 자서전 '딴따라'에서 아이를 갖지 못한 것과 67년 미니스커트를 입은 이유를 고백했다. 미니스커트는 실은 애인의 관심을 끌려던 것이었는데 뜻밖에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안철수 사장은 90년대 후반 내놓은 자전에세이집에서 해군 군의관으로 복무했지만 끝내 수영을 배우지 못했다는 비밀을 털어놨다. 올 가을엔 정치가들의 회고록이 쏟아지리라 한다. 회고록의 생명은 진실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나 괴테의 '시와 진실'이 불멸의 고전인 건 내면의 고뇌를 적나라하게 토로,읽는 사람들에게 삶의 지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회고록이든 자서전이든 솔직하지 않은 것은 아무 가치도 없다.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건 진실이지 개인의 자랑이나 공치사 혹은 변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