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285원을 가까스로 지켰다. 전날 보였던 달러매수세는 달러/엔 환율 하락과 역외선물환(NDF)정산관련 역내 매물 부담을 안고 사그러졌다. 달러/엔 환율의 반등이 없으면 추가 환율 하락이 예상되고 있으며 1,280∼1,285원 범위에서의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하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5.10원 내린 1,285원으로 마감했다. 하루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셈. 장중 1,285원선에서 주로 거래됐을 뿐 시장의 변동성을 기대하기 힘든 하루였다. 막판 달러매수초과(롱) 상태였던 참가자들이 물량을 털어내면서 1,284.10원까지 내려섰다가 국책은행의 매수로 인해 소폭 올랐다. ◆ 추가 하락 기대 =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시장심리가 아래쪽으로 향해 있는 상태에서 당국이 밑을 틀어줬으면 좋겠다"며 "물량 부담도 계속 되고 엔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강세가 계속 되고 있다"고 말해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어느 정도 깔려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어 "오늘 막판에도 국책은행에서 신호를 보내 준 걸로 봐선 내일 1,280원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내일 거래는 달러/엔이 관건인 가운데 1,282∼1,287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시장을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가 없으며 달러/엔이나 주변 상황의 순간적인 변화에 따라 흐르고 있다"며 "달러/엔 약세에 짓눌린 상황에서 아래쪽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밤새 달러/엔 방향을 보는 수밖에 없으나 달러/엔이 123엔을 깨고 내리면 1,280원을 깨고 시작할 수도 있다"며 "아래쪽으로 흐름이 열려있으며 내일은 1,280∼1,287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위쪽으로 갈만한 모멘텀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당국이 수출과 경기 등을 감안해 지나치게 막다가 어느 순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되고 있다. 이 경계감을 이용한 매수(롱)플레이에 나서 과도한 롱포지션을 가지다가 일거에 달러되팔기가 나와 흘러내릴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는 셈. ◆ 하락 심리 우세 = 이날 환율은 대체로 달러/엔의 하락세와 물량 부담, 호재성 재료 등으로 1,285원선을 중심으로 내림세를 이었다. 달러/엔 환율은 장중 123.40∼123.60엔의 범위에서 내림세를 이어 오후 5시 13분 현재 123.50엔을 가리키고 있다. 장중 엔화에 악재로 작용하는 소식들이 압박했음에도 달러매수초과(롱) 상태의 거래자들이 많고 대기 매도세가 버티고 있어 달러/엔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또 이날 AIG의 현대투신 인수협상이 이번주내 마무리될 것이라는 등 외자유치 현안 해결에 대한 기대감도 하락을 도왔다. 개장초부터 NDF정산관련 역내 매도물량이 2억달러 가량 된다는 소식이 환율 하락에 기대를 걸게 했으며 역외세력은 전날과 달리 이 물량 흡수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들어 매도쪽에 나서기도 했다. 업체들은 여전히 외환거래 참여가 소극적이었으며 은행간 거래 위주의 손바뀜만 일어났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3.10원 낮은 1,287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86.50원까지 내려선 뒤 1,287.30원까지 되올라 한동안 1,286∼1,287원 근처를 누볐다. 역외선물환(NDF)환율이 1,290원에서 3번 거래가 이뤄진 뒤 1,289/1,290원에 하락세로 마감한 것을 반영했다. 이후 환율은 달러/엔의 반등이 어려운데다 NDF정산관련 역내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10시 13분경 저점을 1,284.70원까지 낮췄다. 그러나 1,285원을 지지선으로 보는 저가 매수세력에 의해 1,286원선으로 올라 이 선을 축으로 등락한 뒤 1,286원에 오전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60원 오른 1,286.6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달러/엔의 소폭 반등을 계기로 이내 1,287원까지 치고 올랐다. 그러나 이후 추가 상승은 저지당한 채 1,285∼1,286원을 오가다 물량 부담이 가중되자 미끄러지면서 4시 23분경 1,284.10원까지 저점을 내린 뒤 소폭 되올랐다. 장중 고점은 1,287.30원, 저점은 1,284.1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3.20원이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이틀째 주식 순매도에 나서 거래소에서 56억원의 매도 우위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5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환율과는 무관한 흐름이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1억8,73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7,09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990만달러, 3억980만달러가 거래됐다. 9일 기준환율은 1,285.7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